brunch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 수 있을까요?

H에게 보내는 편지

by 뭉클


기쁨 사용법


오늘 이 순간 느끼는 기쁨에 대해 자부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오래가야 진짜 기쁨이더라고요. 가짜 기쁨은 쾌락이라고도 불러요. 알고 사용하면 나름 괜찮지만 진짜인 줄 알고 계속 쓰면 채무자의 몸이 됩니다. 늘 초조하고 불안해요.



마음 방랑자의 생각 지옥 대한 여러 가지 접근


1) DMN 편도체 선조체



자신의 생각, 감정, 신념에 한 번씩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원하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 셈이 되겠죠. 우리 뇌에 DMN(Default Mode Network)라는 영역이 있어요. 사람이 외부 세계에 집중하지 않고 뇌가 깨어서 쉬는 상태예요.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상상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할 때 활성화 되죠. 그런데 문제는 쉬어야 할 때 DNM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정작 뇌가 쉬어야 할 시간에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자꾸 어디로 떠나요. 쉴 때 쉬지 못하니까 당연히 과업에도 집중하지 못하고요. 이런 상태를 마음 방랑(Mind Wandering)이라고 불러요.


물론 이 영역은 영감과 창의성의 원천이기도 해요. 우리는 이성과 합리로만 살아가진 않으니까. 인생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있는 것들 중 비효율적인 게 얼마나 많아요.


마음 방랑자들은 생각이 발아하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요. 눈을 잠시 감고 쉬는 것조차 쉽지 않을 때가 있죠. 자신에 대해, 고통에 대해 인지할 기회를 자꾸 놓쳐요. 편도체와 선조체가 활성화되면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감정이 논리를 압도하며, 보상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생각이 흘러갑니다.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2) 결핍과 공허


소설가이자 열렬한 마라토너로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달리기에 대한 여러 은유를 쏟아냅니다.


깨달음은 필연적으로 은유를 동반하죠.


I run in order to acquire a void(직역: 나는 공허를 얻기 위해 달린다.)


이 문장을 가져다 여러 번 입 속에서 굴려 맛보았는데 아주 달았고 배가 불렀어요. 결핍과 공허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봤죠. 결핍은 가지지 못한 상태라면, 공허는 가진 후에(아니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비우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가진 적이 없는데 어느새 내 안에 가득 들어찬 것들을 비우는 행위에는 결핍을 인정하는 용기, 현재에 대한 수용과 감사, 무엇을 비워야 할지 아는 분별력과 결단력이 포함되어 있어요.




원하는 방향으로 살 수 있을지는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어요.


되도록이면 밝은 쪽으로,

무게가 느껴지는 가벼움을 기대할게요.




참고 1.

https://youtu.be/Zb1JYPN3vyM?si=CCa9pEYMaQYy36Kx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지破紙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