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중고거래를 하는 10분

나는 무엇을 팔았고, 무엇을 사는가

by 세필

중고거래를 열심히 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비움의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내 전자기기 보관용 상자에 태블릿과 각종 기기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모습이 아쉬운 게 아니라서,

그게 너무나도 즐겁다.


나는 그동안 이런 것들에 얽매여 살았구나.


중고거래를 하면서 깨달은 게 몇 가지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외관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건 애초에 내가 사용감 많음, 흠집 있음 등을 감안하고 구매하라고 언질을 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어플이 제안한 최저구매가보다 훨씬 싸게 내놓으면 금방 연락이 온다. 뭐 당연한가.


그리고...


내가 중고로 판매한 물건의 내역이,

그리고 그렇게 판매한 이후에 내가 구매한 물건의 내역이 나를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팔았던 것들은 게임기, 게이밍 태블릿, 영상 시청용 태블릿/전자책 리더기/스포츠 스마트워치/무선 이어폰이다. 각각 게임/전자책/러닝/음향에 관심을 가졌을 때 충동적으로, 또는 고심하면서 구입한 것들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구입하는 것들은, 도중에 딴짓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 오로지 글쓰기와 문서 읽기만 가능한 리마커블 페이퍼 프로, 슈퍼노트 노마드, 리마커블 페이퍼 프로 무브와 같은 기기다.

나의 관심사가 기록, 쓰기, 생산으로 전환되었다는 이야기겠지.

심지어 이후에는 수정도 어려운, 오로지 초고 쓰기에 집중하는 Freewrite Smart Typewriter를 구입할 예정이다. 물론 예정이지만.


내 머릿속에는 지금 내가 계획한 일들이 착착 진행되어 가는 순간을 상상하는 즐거움에 가득 차 있다,

고작 글쓰기일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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