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가 필요를 연기하기 전에
새 방으로 짐을 옮기는 일은 꽤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무언가가 필요한지 정확히 정립되지 않고, 그저 왠지 있으면 좋을 것들을 들여놓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의식을 초집중해야 한다. 까딱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겨있던 물건들이 어느새 집 앞에 택배박스로 포장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판단을 중지하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물건들은 필요가 아니라 기호 또는 선호의 이유로 소유하게 된다. 내 선호와 기호가 필요로 둔갑하려고 하기 전에 우선 쇼핑몰 사이트와 어플을 닫고, 내가 가진 물건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나는 어제까지 내가 그런 점에서 꽤나 전문적이라고 생각했다. 내 네이버스토어 주문 현황에서 주문취소 버튼을 찾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제미나이의 도움을 너무나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일이 얼마나 손쉬운 일인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계속 제미나이에게 하는 질문을 다시 봐도, 정말 부끄러움이 머리끝까지 밀려오는 느낌이다.
"이걸 가지면 이럴 때 좋지 않아?"
"그래도 나중에 쓸 거 생각하면 사는 게 이득 아닌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과거의 내게 묵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