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

by 세필

외줄을 탈 적에 말이다

아무 안전장치 없는 외줄에 오르면

너는 게서 무얼 생각하느냐

그 얄팍한 줄에 발바닥 사뿐 올려놓고

양팔을 허리를 휘적거리며

떨어지면 뒈질 확률이 얼마인가

그런 걸 생각하진 않을 게다

애초에 그런 걸 생각할 여유도 없을 게다


외줄에 올랐다면 건너는 것뿐이 없다

떨어지면 그걸로 끝

출렁대는 줄 위에서 휘청거리며 서든

온몸으로 줄을 끌어안으며 꾸물거리든

아니면 양손으로만 매달려 가든


줄에서 떨어져서는 죽을 뿐이다

어딜 감히 요령을 피우려는가

저 보이지 않는 바닥 어딘가

그물이라도 걸려 있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깊은 물이 넘실거리길 바라는가


물론 혹여 그런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생각해보라

어째서 그것들이 정말로 있는지를

아무도 알지 못하는지를

네가 그물에 걸리든 물에 빠지든

한 번 떨어진 줄에 다시는 오르지 못할 것이다

다시 위로 올라올 계단 같은 건 저 아래에 없다


그러니 이제 골라라

줄을 탈지 아니면

여기 바닥에 놓인 가위를 집어

줄을 아예 끊어버릴지

그러나 명심하거라

네게 더는 돌아갈 길이 없다는 것을

네가 걸어온 길은 이미 무너져버렸다는 것을

네게 주어진 길은 이 외줄 하나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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