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면접은 진짜 합격할 것 같은데?'
이직을 준비하며 면접을 보러 다니면 위와 같은 생각을 다들 한두 번씩은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참 요상하게도 느낌이 좋았다고 회사에 합격하는 것이 아니고, 또 반대로 느낌은 영 아니었지만 갑자기 덜컥 붙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면접의 느낌으로 판별이 어렵다면, 합격의 느낌에서 그 근거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직을 여러 번 한 경험은 이런 데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허허... 그렇게 하나하나 합격했던 순간을 되돌아보니 의외로 아주 간단하게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의 느낌은 언제나 비슷했다.
"응? 나보고 이 일을 해 달라고? 왜?"
어느 PM 부트캠프를 운영하는 교육 회사에서 이직 제안이 왔고, 면접을 봤을 때의 일이다. 그때 나는 PM 직무로 전환한 지 채 1년이 안 된 상황이었고, 언제나 그렇듯 자신감은 넘쳤지만, 어디 가서 PM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기에는 미천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비슷한 서비스 기획이나 디자인, 운영 업무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기에 주니어 PM을 양산하는 교육과정에서 직접 누군가를 가르치고 운영해야 하는 업무는 조금 부담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교육 관련 경력은 오래 쌓아왔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 자체는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의 이런 경력을 높게 보고 이 회사에서 나를 보자고 했나 보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들었던 질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개발 경력이 꽤 많으시네요?"
응?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컴퓨터 공학에 관심도 많고, 학창시절 정보경시 대회도 준비했었고, 하드웨어 제어 관련 개발을 해본 적은 있지만, 소위 IT 개발이라 불리는 웹 혹은 앱 기반 서비스 개발 관련 경험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경력을 보고 개발 경력이 많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처음에는 꽤나 당황을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가 됐다.
"저희가 PM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에 개발 파트에 대해 검토하고 가르칠 전문가가 없어요. 태현님처럼 개발자 출신 분이 좀 봐주셔야 하는데 말이죠."
나는 실제 IT 개발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학을 전공했고 컴퓨터 공학 지식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개발자들과 소통하는 데는 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 조직에서는 그조차도 검토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를 무려 '개발자 출신 PM'이라고 포지셔닝해 버렸고, 자신들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이다.
사전 과제부터 그런 조짐이 있었다. PM들을 위한 '개발 지식'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과제를 받았었고, 그동안 이전 교육 회사들에서 공부해온 수많은 교육과정 설계에 대한 노하우를 적용해 제출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어떻게 설계했는지는 하나도 관심 없고 그저 내가 그 지식을 구조화해서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렇다. 나는 훌륭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량을 회사에 제공한 줄 알았지만 사실 그저 공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이 회사에 합격한 것이다.
회사가 사람을 뽑을 때는 언제일까?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을 때 회사는 사람을 뽑는다. 회사는 내가 뭐 잘나고 내가 뭐 마음에 들어서 뽑는 게 아니다. 그저 회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제일 잘 해결해 줄 사람을 찾는 것뿐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을 제일 잘 해결하는 사람은 그 일에 열정이 넘치고 의욕적인 사람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일을 그냥 잘하는 사람이다. 인문계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공대를 나왔다는 것만으로 개발 지식이 출중한 사람이 된다. 다만 이런 역량만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그저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컴퓨터 공학에 관심도 많고, 학창시절 정보경시 대회도 준비했었고, 하드웨어 제어 관련 개발을 해본 적'이 있을 뿐 IT 개발 전문가 딱지를 어디 붙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남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어디예요? 그 정도 지식도 없어서 PM 일하면서 얼마나 힘들 때가 많은데요?" 학창시절 내내 이학, 공학을 공부하고 살아온 나에게는 저게 정말 별일이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볼 때는 이 일이 대단한 경력이다. 내 강점과 내 역량은 이렇게 의외로 별일이 아닌 것들에 숨어있다. 그리고 회사가 이것을 높게 평가한다면, 나는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말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이직에서 합격했던 이유들은 대부분 나에게 엄청 하찮은 이유들이었다. 언제는 책을 많이 읽어서 합격하기도 했고, 언제는 대표와 말이 잘 통한다고 합격하기도 했고, 언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 합격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이유들은 나에게는 평범하고 당연한 일들이었고, 회사는 나에게 이 당연하고 평범한 일들을 해결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었다.
면접장의 분위기로 당신이 합격하고 말고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면접장에서 면접관이 당신의 별거 아닌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해결해야 한다고 당신에게 하소연하고 있다면 당신은 적어도 그 회사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합격하고 나서는 면접관들에게 나는 꼭 이 질문을 한다. "저를 왜 뽑으신 거예요?" 그리고 그 답변을 듣고 나면 언제나 이런 생각이 든다. '응? 내가 이 일을 잘할 것 같다고? 왜?' 당신이 회사에 합격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회사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당신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이것에 대해서만 설득시킬 수 있다면 회사에서 더 높은 대우를 받고 당신의 일을 인정받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당연한 역량을 잘 팔 수만 있다면 회사가 마음에 들어하는 인재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