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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n 09. 2024

어느 언저리

사실 나는 고집이 세다. 주변 지인들은 나를 순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타인으로 인해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 오롯한 나의 안전지대가 건드려질 때쯤 멈칫, 그 기질이 나타나곤 한다. 분명히 잘못된 것도 아니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도 최선인 상황일 때 역시 그랬다. 둔한 내가 유독 민감하게 느끼는 순간이다. 그래서 항상 거리를 두고 벗어난 나만의 구석이 편했다.


 겁이 많아서인가 생각했지만, 아니다. 대학 졸업 이후 나는 수시로 벗어나려 했다. 보이지 않는 구속이 가득한 고향을 떠났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이전 나의 세계와 다른 경험을 하며 내향적인 내가 굉장히 독립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란 걸 알았다.


 그 선택의 결과는 좋든 나쁘든 후회 없이 받아들였다. 남들 보기엔 효율이 떨어지거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도 나 자신이 납득이 되면 그만이었다. 그 순간에 스스로 가장 빛났고 좋았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그런 선택의 삶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무언가로부터의 영향력을 벗어나 언저리에 나를 충분히 던진 후에 비로소 해방감을 느꼈다. 그 가장자리는 오로지 나다움만 남은 자리였다. ‘나’로 사는, 또 다른 중심이었다.


 언저리에 머무르기와 개인주의적인 나의 태도는 요즘처럼 협업이 중요한 시기에 큰 약점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때로는 함께 하는 경험으로 새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에게만 머무르는 폐쇄성을 넘어 함께하는 뿌듯함을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돌아간다.


요즘 다시 ‘나‘를 돌아보는 시기를 지나가는 중이다. 그동안의 안전지대와 또다른 나만의 구석을 찾는 중이다. 지나가는 자리일지 예리하지만 나만의 무언가로 남을지는 지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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