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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n 20. 2024

설레는 순간

여행 드로잉은 나의 큰 로망이었다. 훌훌 떠나 마음에 들어오는 어느 풍경 앞에서 털썩 앉아 그리는 자유로움을 동경했다. 떠나는 게 우선인지 그리는 게 우선인지는 알 수는 없다.

몇 년 전부터 짧게 혼자만의 여행을 갈 때면 항상 드로잉 도구들을 챙겼다. 1박 2일의 여행도, 하루 동안의 짧은 여정에도 꼭 챙겼다. 엄마와 다낭여행을 가면서도 챙겼다. 여행에서 짐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 내가 드로잉 도구들은 욕심을 냈다.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담아 여행을 간다. 출발할 때의 두근거리는 나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이동하다 목적지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의 설레는 마음을 담기도 했다. 찬찬히 걸으며 마음에 들어오는 풍경을 느끼며 그 느낌을 다시 내 손을 거쳐 그린다는 것은 엄청난 감동이었다. 행복한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하는 느낌이랄까?

우선 풍경좋은 카페에 앉는다. 커피를 시키고 가방에서 드로잉북과 도구들을 꺼내놓는다. 왠지 내가 멋진 사람이 된 느낌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마음에 훅 들어오는 장면을 보며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그리기 시작한다. 순간순간 모두 설렌다. 이미 카페에서 주인공은 커피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을 때의 설렘을 정말 어떻게 표현할까? 한창 무르익은 사랑 속의 연인을 만나기 직전의 마음일까, 내가 가장 좋아하지만 멀리 있어 자주 못 보는 친구를 만나기 1분 전의 마음일까.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본다. 대부분 아이들은 대답을 잘한다. 그 가운데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친구에게는 질문을 달리해서 묻는다.

“넌 뭘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이 드니?”

설레는 무언가가 떠오른다면 바로 그게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다.


https://m.blog.naver.com/finename/22332824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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