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 성장기 3 -그저 보고 또 보고

나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나?

by 케이론


‘어? 좀 볼만 한데?’


무작정 그린 연필화가 아이의 모습과 제법 닮아 보였다. 내가 이런 그림을 그리다니. 나도 모르던 능력이 나에게 있었나. 신이 났다. 휴직을 하고 온전히 아이를 돌보는 것은 행복하고 좋았지만 아이에게 맞추어지는 나의 생활이 때로는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림 그리는 시간 동안만큼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 생긴 듯 기뻤다. 그리고 뭔가 모를 벅참이 느껴졌다.



“엄마, 이거 @@이야? 와, 완전 똑같아!”

아이들의 반응에 고무되어 또 다른 그림거리를 찾았다. 바라만 봐도 좋은 아이들이니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도 좋았다. 또 아이들은 내 그림에 바로 반응해 줄 테니. 그렇게 큰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도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전에 그렸던 아이들 b연필을 벗어나 미술용 4b연필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재료를 몰라 그냥 있는 종이 가져다 그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채화용 거친 황목 종이에 연필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러니 아주 거친 그림이 나왔다.


방법이고 뭐고 찬찬히 관찰하고 한 선 그리고, 또 관찰하고 한 선 그리면서 조심조심 시간 들여 그렸다. 그래도 관찰력은 괜찮은지 제법 닮은 아이들의 그림이 완성되어 갔다. 그리고 나에게는 지우개도 있었으니까.

”엄마, 나도 나도! “

아이가 알아보고 좋아한다. 덩달아 우쭐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종이 꼬맹이와 살림으로 씨름하는 가운데 오아시스 같은 감정이었다.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때 몰입하니 온전히 대상만 바라보면서 그림이 그려졌다. 내가 이런 그림을 그리다니 놀라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보이는 대로, 보이는 대로. 그러니 형태가 그려지고 명암이 표현되었다. 대신 시간은 오래 걸렸다. 기초, 원리도 모르고 무작정 보이는 대로 하니 보는 시간이 그리는 시간보다 더 긴 것 같았다.



‘나 이런 데 재능이 있었나?’

괜스레 으쓱했다. 자랑하고도 싶었다. 그래봤자 집안에서지만. 그린 그림을 거실 TV장 옆에 세워놓고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면서 흐뭇했다. 가족들이 보고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길 바라기도 했다. 꼭 뭔가 해내고 엄마의 칭찬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굳이 그게 아니어도 나 스스로 뿌듯했다.


혼자 아무것도 모르고 관찰에만 의존해 그린 그림을 몇 개 그리고 나니 뭔가가 아쉬웠다. 어디 가서 배우면 좀 더 잘 그릴 수 있으려나. 하지만 갓난아이를 두고 배우러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인터넷밖에.


그래서 좀 더 잘 그리고 싶은 생각에 인터넷으로 연필화에 대해 찾아보았다. 그리고 연필그림 동호회 까페에 가입했다.


까페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