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5일부터 3월 22일까지 베트남으로 여행을 간다. 그런데 아무리 셈을 해도 여행경비가 조금 간당간당 할 거 같아서 마음이 조금 초조해졌다. 비행기 티켓은 이미 예매했고, 숙소 지불은 후불결제로 해두었다. 그런데 가진 돈으로는 아무래도 좀 빠듯할 거 같아서 알바를 더 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근에서 가사지원 해주실 분을 구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그리고 주 1-2회 정도면 된다는 글을 읽었다. 나는 솔직히 그래도 그런 일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티비 예능에서 모 여배우님이 청소를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순간 '아' 하고 깨달음이 왔달까? 그때부터 나는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그래_직업에 귀천이 있으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면 되지 않을까? 거기다 오전에
잠깐 주1-2회면 꿀알바잖아?'
되든 안되든 지원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고,
나는 자기소개서에 이렇게 적었다.
"청소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떠한 일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할 것입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자기소개서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인연이 되었던 건지 연락이 왔다. 전화주신 사장님과 물 흘러가듯 대화가 이어지고, 이상하게도 첫 대화인데도 마음이 편했다. 내가 필요로 할 때마다 나에게는 길이 열렸다. 물론 그 문을 두드린 건 나지만 이렇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첫방문_
집에 첫 발을 디딘 순간 진짜 놀랐다...
'세상의 이런 일이' 에 나올 법한 집이랄까.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마져 들었다. 집 크기에 맞지 않게 온갖 살림 도구란 도구들은 전부 다 집안을 에워싸고 있고, 화장실이나 주방은 그분들께 외람되지만 병에 걸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_그래도 한번 해보자!'
나는 첫날 우선 화장실 청소부터 했다. 락스세제를 뿌려가면서 한겹씩 한겹씩 벗겨내니 점차 원래의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작업만 거의 한시간 반 동안을 했다. 그러고 나니 기진맥진 했지만 거실 티비장 정돈부터 시작했다. 물건들이 너무 많고 정리가 감당이 안 된다 하시니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대형 쓰레기 봉투에 버릴 건 버렸다. 그 작업만으로도 집이 훨씬 깨끗해진 느낌을 받았다. 시간을 보니 한시간 정도 남아서 전체 청소기만 돌리기에도 빠듯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침구정리와 따님방 먼지를 털고 전체 청소기 한번 돌리는 것으로 첫날 정리는 마무리 지었고, 일당을 받아서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운수 좋은 날이었다.
지금 나는 며칠째 독감에 걸려서 밤새 기침을 하고 있다.
일당으로 번 돈은 약값과 장보기 지출로 다시 제자리.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하루 가고서 이렇게 병이 나서 못가는데도 다 낫고 오라는 배려의 말이다. 솔직히 그냥 다른 사람을 뽑아도 그만인 것을_사장님의 그 배려를 생각해서라도 빨리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푹쉬어야겠다.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 일상이지만 그렇게 또 매일이 흘러가고 있고, 더 큰 불행이 닥치지 않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뭐 이 정도면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 아닐까?'
내가 이렇게 숨쉬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두 팔과 두 다리가 멀쩡하고, 쉬고 나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