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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픈손가락 Jul 14. 2022

새 인생의 기회가 되어 준 책에 대한 연서

진심(眞心) 독서

어디로 닿을지 모르는 길을 하염없이 걷다가 여러 갈래의 길 앞에 멈춰 선 기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막막하고, 머리에선 굉장히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계산하는데 헛 계산만 하고 있는 것 같고, 뭐 하나 이 거구나 싶게 딱 잡히는 게 없습니다. 이런 생각의 복잡함은 지난 삶을 꽤 살아온 경우 더 크고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생의 중간쯤, 잠시 멈춰 서기 적합한 나이에 접어들며 돌아보니 사람이 아무리 활동적으로 산다 해도 직접적으로 겪을 수 있는 삶의 경험은 아주 제한적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내가 홍길동의 분신술을 쓰지 않는 이상 우린 주어진 시간에 오직 하나의 일만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욕심 낸다고 그 명백한 사실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여러 갈래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경험을 토대로 한 결정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먼저 나의 생각이 간접적으로나마 그 생의 과정을 거쳤다면 어떤 상황에 처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 지 경험해 보는 것도 실제 삶에 큰 도움되는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그런 간접 경험에 가장 좋은 게 책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 못할 겁니다.


뻔한 얘기겠지만 필자의 인생을 바꿀 기회 준 것도 책이었습니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래줄 거라 나는 믿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래 인생을 바꿔준다는 것이 고작 책이냐고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립니다만 저는 정말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단언컨대 제 인생에 있어 책만큼 필자를 뒤흔든 것도 없을 겁니다.


다시 한번 잔소리 같지만 '책을 애써서 읽어라, 그냥 건성으로 읽지 말고'란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에 한 번쯤 은 그냥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듯 말고, 정말 안 읽으면 곧 죽음이 닥칠 것처럼 절실한 마음으로 한번 읽어보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했던 삶에 대한 고민과 기다리던 해결책이 책 속에는 가득 합니다. 우리는 그런 소중한 경험을 두 눈과 생각만 구동해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얼마나 쉽습니까. 그러니 남은 양심이 있다면 조금 애써서 읽어 주세요. 그게 자신의 경험을 우리에게 나눠준 책 쓴 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삶과 다른 이의 경험을 이어주는 오작교가 던지는 위로


내딛는 삶의 발걸음이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처음'이라는 신발을 신으면, 안 하려고 해도 이내 마음은 불안해집니다. 누구에게나 늘 처음은 견디기 힘든 두려움이니까요. 우리 몸이 생전 처음 보는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 과민하여 몸에 이로운 세포까지 파괴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두려움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 두 눈을 가리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이 지닌 숙명과도 같습니다. 나이 50초반이 되어 지난날을 돌아보니 한 시도 두렵지 않았던 날이 없던 것 같네요. 겁만 내다가 놓친 사랑도 있고, 미래에 불안 요소가 더 많아 보여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사업 계획도 많습니다.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더 과감히 도전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제가 경험한 책은 그런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온통 무채색뿐이던 필름에 색까지 칠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잃었던 인생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고, 가꿔 나가야 하는지 몰라 스케치북을 바꿔 빈 도화지를 다시 열었을 때 좋은 삶의 물감이 되어 줍니다. 그러니까 내 삶은 다른 이의 경험이 적힌 책으로 인해 다양한 빛깔로 물들어가는 중입니다. 늘 흑백 필름처럼 두려움에 쫓겨 단조롭기만 하던 내 인생이 드디어 색을 입고 풍성해지는 중입니다. 제 삶이 다채로워지는 중입니다.


책은 목표를 이뤄가려면 좋은 습관을 가지라 일러줍니다. 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매일 부족하다고 느끼는 내 삶의 시간을 꽉 채워 살수 있는지, 나의 장점과 앞으로 다가올 가능성을 어떻게 하면 꼭 잡을 수 있는지 다 책에서 배웠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던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힘껏 책을 읽으면, 내 방식대로 생각하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새 삶을 열어 갈 수 있다는 굉장한 자신감도 함께 얻었습니다.

애써서 얻은 것들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졸린 시간을 이겨가며 읽어내고, 때가 아닌 듯한 시기에 다시 학구열을 불태워 나는 이제 새로운 사람이 되어 갑니다. 그 여정엔, 그 여정의 바탕엔 제 삶의 동반자 책이 있습니다. 자기 스타일대로, 자신 있게 제대로 된 생각을 하면서 내 삶을 살 수 있다는 기회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습니다.


창밖에는 후드득 비가 옵니다. 잠시 적막하던 새벽이 때아닌 자연의 소리로 심심할 틈도 없이 채워집니다. 그 사이 그 비의 자극됨으로 일어나는 흙의 풋풋한 내음은 싱그럽기 그지없습니다. 훌쩍 눈물이 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살아있음이 참 고마워서, 그런 아침이 감동적이어서 말입니다.


책을 더 없이 좋아해 열심히 읽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쓸 뿐인데, 성큼 다가오는 행운 같은 일들은 오늘도 그저 감사하고 고맙게 이어집니다. 늘 글을 쓰며 들어 놓는 피아노 소품 건반소리가 전해주는 싱그러움에 필자는 ‘희망’이란 글자를 되새겨 봅니다. 참으로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제대로 노력만 하면 세상은 내게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기회를 꼭 준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을 때 비로소 다시 올려다볼 하늘이 아직 내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올려다본 하늘은 참 파랗더군요. 눈 부실만큼. 눈이 부시다는 핑계로 찔끔 흐른 눈물을 감정의 벅참으로 변명하기 좋을 만큼 아침 하늘이 푸릅니다.


책이 당신의 인생을 바뀌게 하려면


■ 마음으로 읽어라.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 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중용 23장


책을 어떤 자세로 읽어야 하는지 이보다 더 정확히 가르쳐 주는 말씀이 있을까 싶습니다. 책은 정성을 다하고도 애틋하게 온 마음으로 읽어야 합니다. 생각으로 읽는 독서가 뭔지 모르겠거나 익숙하지 않아 아직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마음으로 읽는 독서 해보기를 권합니다.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읽어보세요. 우리 능력으로 붙잡을 수 없는 흘러가는 안타까운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몸을 내던져 나를 깨우치려 하는 애달픈 책, 그 순간이 넘어가면 두 번 다시 같은 시간과 시점으로 우린 돌아올 능력이 없습니다.


중용 23장의 원문을 해석한 글을 읽고 나는 뇌가 박하사탕이라도 먹은 줄 알았습니다. 정말 ‘화~’ 해지더군요. 세상 머리가 그리 시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용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내게 마치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한 페이지, 한 줄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한 줄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이내 몸에 배어 행동으로 드러나고,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사람의 품새가 된다.

세상을 마주하는 품새가 바뀌면, 이내 그 사람이 빛을 발한다.

저절로 빛이 나는 사람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그렇게 나를 바꾸고, 남까지 감동시켜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때부터 그 사람이 가졌다가 감동되어 남 에게까지 번지는 좋은 생각들이

스스로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책 한 줄도 최선을 다해 정성스럽게 읽어라.

그런 사람이 결국 자신과 세상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성을 다해 마음으로 읽어라.


■ 기다려라.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중용 23장의 가르침처럼 채워지면 은연중에 배어 나오는 때가요. 그때가 오면 알게 됩니다. 사랑이 찾아와 우릴 열병 앓게 하는 것처럼 그렇게 자꾸 읽어서 채워 넣으면 드디어 기다림에 보답해 주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지루하더라도 기다리세요.


뭘 좀 더 빨리 얻어 보려고 서둘러 황금 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보니 들어 있는 건 아직 채 영글지 않은 노란빛뿐이더라는 말처럼 ‘아직 다 채워지지도 않았는데 삶에 변화가 없다, 다 거짓이고 선동이다.’ 라는 헛소리만 내뱉는 상황입니다. 옆에 있는 누군가는 충분히 기다려 황금 알을 얻었지만 그걸 보는 나는 다급한 나머지 그냥 거위의 배를 갈라보는 것이죠. 아무리 감이 먹고 싶다고 다 익기 전 풋감으로 갈증을 채우려 하면 결국 인생은 우리에게 떫은 맛만 보여 줍니다. 그러니 기다리세요. 한 줄을 채워 넣고, 다시 애써 한 페이지를 채워 넣다 보면, 반드시 책 한권이 써지는 그 날이 옵니다.


■ 시간이 되면 애써서 변태(變態)하라.


하늘거리는 화려한 색깔 날개를 팔랑이며, 예쁜 너울 짓 하는 나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예쁘냐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사랑의 말을 연신 쏟아냈습니다. 진심 어린 고백도 합니다. 온 마음을 다해 내 목숨보다 당신의 예쁨을 사랑하겠노라고 신께 다짐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쁜 나비는 온데간데없고, 늘 나비들이 가득 앉아 잠시 쉬며 여유로운 날갯짓을 하던 나무줄기에 수북한 조그만 알갱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을 봤습니다. 또 어디서는 조금 빨리 꼬물꼬물 벌레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화가 났습니다. 간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예쁜 나비 일도 속상한데, 그 예쁜 나비 집에 꼬물꼬물 징그러운 벌레라니 끔찍하게도 보기가 싫었습니다. 곧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으로 예쁜 나비를 위해 결정을 합니다. 과감히 징그러운 벌레와 벌레를 만드는 것으로 예상되는 조그만 알갱이들을 모두 없애자 마음먹습니다. 다시 돌아올 예쁜 나비를 그리며, 아주 꼼꼼하게 박멸 작업을 합니다.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결말은 말을 안 해도 아실 겁니다. 그 사람이 기다리던 예쁜 나비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마냥 예쁜 나비가 그냥 태생이 예쁜 나비 인줄 안 겁니다. 징그럽다는 꼬물꼬물 벌레의 과정을 지나 변태 번데기 상태를 거쳐 시간이 들고 나서야 날개 주머니에서 드디어 그 예쁜 날개를 꺼내 나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몰랐던 겁니다.


여러분은 그 사람을 어리석다고 비웃겠지만 저는 웃음이 나질 않습니다. 과거의 제 모습이거든요. 애벌레와 변태의 과정을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그냥 하면 파워 블로거가 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아무나 다 하기만 하면 근사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건 줄 알았습니다.


편집 기술을 배워 본 적도 없고, 영상 한 편 제대로 기획해 찍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동영상 10개로 10만 유튜버 되는 법’에 혹해 찾아 공부를 하고 따라서 10개에 도전합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저절로 글이 써지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100년에 둘 셋 나올까 말까 한 그런 천재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심하게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뜬 구름 잡는 강의를 너무 과하게 신뢰한 탓이죠.


어찌어찌 동영상 10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만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재가 바닥 나 더 이상 콘텐츠를 만들 수 없는데 모아 놓은 10만 구독자가 무슨 소용입니까. 다들 다음 콘텐츠를 목 빠지게 기대하고 있는데 사람 환장할 노릇입니다. 책엔 나옵니다.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좋은 결과란 없다고. 다른 이가 이미 만들어 낸 결과만을 본 거죠. 당신은 그 사람을 예쁜 나비일 때만 본 겁니다. 그 사람도 이전엔 벌레였고, 번데기였다는 사실을 관심이 없어서 상상도 안 해본 겁니다. 당신이 허황된 예쁜 나비만을 쫓을 때 그 사람은 아마 애벌레로 나뭇가지를 박박 기어 다니며 눈물나는 노력을 했을 겁니다. 그렇게 번데기로 변태(變態)했다가 다시 날개주머니를 열어 예쁜 나비가 될 준비를 했겠죠. 그는 그런 애씀이 있었기에 비로소 파한 하늘 원 없이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지금을 즐길 수 있었던 겁니다. 나비처럼 훨훨 나는 경제적 자유를 원하신다면 당장 애벌레처럼 조금이라도 좋으니 애써 갉아먹듯 책을 읽으세요. 한 줄 씩, 한 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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