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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픈손가락 Jul 14. 2022

우리 생에도 한 번쯤 독서에 미쳐 볼 필요가 있다!

진심(眞心) 독서

긴 것 같지만 참으로 짧은 것이 인생이다. 젊을 땐 자원이 무한히 샘 솟을 것처럼 펑펑 쓰다가 뒤늦게 그 자원이 얼마나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우린 절실 해진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고장 난 벽 시계는 멈추었는데, 야속한 저 세월은 고장도 없다.


얼마 전 인터넷 신문에 "삶에서 책 읽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안타깝지만 '꼭 필요하다'고 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 중 5퍼센트를 채 넘기지 않았다. 물론 책이 물이나 음식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직접적인 생존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내 예상보다 낮아도 너무 낮았다. 95퍼센트의 사람들에게 독서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불필요한 삶의 조건이었던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내게 책은 다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진 애착의 물건이다. 과거, 책은 굉장히 귀한 물건이었다. 책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성공과 부를 상징하곤 했다. 그랬던 책이 활자가 발명되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화됐다. 지금은 책 한권의 가격이 고급 파스타 한 그릇 값도 안 된다. 그런데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들어 있고, 아주 잘 농축된 작가의 생각이 들어 있다. 어찌 다른 모든 생각을 잊고 빠져들지 않겠는가. 그래서 난 애써서 읽는다. 결사항전의 자세 같은 절실함으로 독서를 한다. 나는 그대가 소일거리로 하는 가벼운 독서 말고, 이번 생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시간 보내는 절실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으면 한다.


■ 인생에 한 번쯤 책 읽기에 미쳐 볼 필요가 있는 순간들


첫 번째, '내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라는 생각이 들 때다.


그냥 말고 아주 절실히 그런 생각이 들 때다. 살아보니 삶을 바꿔주는 동기란 그렇게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동기라면 무엇보다 강력해야 한다. 그래야 순간적으로 아주 멀리 가거나 아주 오랫동안 변화됨을 지속할 수 있다. 억지로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동기 백 번 천 번 부여해 봐야 며칠 가지도 못해 이내 시들해지고 만다.


제대로 삶을 이끌어 주는 동기란 생각이나 깨달음과 합,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왜 가끔 드라마에도 나오지 않는가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르고 살아가던 뿔 테 안경 깊게 눌러쓴 여주인공이 남자가 사랑을 유린하고 떠난 것을 계기로 강한 동기 부여를 받아 세상 둘도 없는 미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이야기 말이다.


자신의 목숨처럼 사랑했던 존재, 세상의 전부였던 남자가 철저히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는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동기가 되어 삶의 변화가 일순간 폭발하는 것이다. 정말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 솔직히 우리 주변에서는 참 많이 일어난다. 내가 상담을 하며 겪어 본 삶의 변화를 이끄는 동기부여는 대부분 그렇게 드라마틱 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한 번 책에 깊이 빠져봐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꾹꾹 눌러왔던 내재된 당신의 가능성이 동기라는 이름으로 폭발할 것이다. 지구력이 약해 오래가지 못해도 된다. 버틸 수 있는 동안이라도 그와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고, 내재시켜 둬라. 반드시 훗날 축적해 둔 가능성이 일순간에 터지면서 동기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계기가 생길 것이다. 기적을 기대해도 좋다.


두 번째, 더 이상 무의미함으로 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을 때다.


지금 이런 생각이 든다면, 자신의 삶에 커다란 변태(變態)의 시기가 왔음을 의미한다. 마치 나비가 애벌레인 유충 상태로 살다가 휴지기에 접어들어 번데기로 변하고, 날개주머니를 열어 이내 나비로 변하는 그 변태(變態) 말이다. 나는 더 이상 무의미함으로 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때가 바로 이 변태의 과정을 넘어 나비로 변하기 직전, 날개 주머니를 열어야 하는 타이밍은 아닐까 생각한다.


모름지기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100세 시대다. 유식한 말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비천한 재주의 나 같은 사람들은 보통 뒤늦게 철이 든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예전엔 철이 들기도 전에 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앞서 언급했듯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그러니까 빠르던 늦던 우리 생에 한 번쯤은 반드시 깨달음으로 철이 들 기회가 온다.


바로 그 때를 나비 변태 과정의 번데기와 휴지기로 비유한 이유가 있다. 겪어보면 하나같이 변태하기 직전은 정체기처럼 모든 것이 흐름을 멈춘 듯 재미도 없고, 지루하다. 너무 편안해서 오히려 불안할 지경이다. 이룬 것이 많든 적든, 당신이 부자 든 아니든. 나이가 많든 젊든 상관하지 않는다. 무기력함은 누구에게나 변화하기 직전에 반드시 찾아온다.


열심히 하는데도 다음 단계의 변화가 보이지 않으니 보편적으로 이 때 가장 많이 의지하는 것이 술이다. 평생 담배 근처에도 안 가던 사람들이 뒤늦게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그런 걸 왜 하느냐고 비아냥거리던 사람들이 느닷없는 번지 점프를 시도한다. 몹시 지루한 거다. 평생 무모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위해 무슨 배짱인지 과감히 도전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마치 날개가 날개 주머니를 찢기 전 힘을 얻기 위해 주머니 안에서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힘을 키워가는 것처럼 아주 더디고 예민하다.


단언하지만 바로 이 때가 책에 원 없이 미쳐봐야 할 시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겪음을 거친 수많은 이들의 인생 철학서에 담긴 말이다. 술 대신, 담배 대신, 무모한 도전 대신 책을 읽어라. 어떤 사람은 가난하지만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산다. 어떤 이는 억만장자지만 지옥 같은 일상을 보낸다. 이유가 뭘까? 나는 지루한 인생의 휴지기를 버텨내는 요령과 대안을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라고 본다. 성공한 사람들의 요령과 대안을 대신 읽으며, 배우고, 자신의 삶이 낭비되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아는 독서의 참된 힘이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을 기회로 더 이상 무의미하게 삶을 낭비하지 않고,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가 자신에게 되물어라. 내게 남은 삶을 어떤 신념으로 살아야 하는지도 물어라. 그럼 물 불 안 가리고 나름 최선을 다해 달려온 지난 내 삶이 내게 물어 올 것이다. 더 이상 이대로 괜찮겠냐고.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우리는.


세 번째, 뭘 믿고 의지해야 할지 모를 때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유 없이 자신감이 떨어지고, 남아있던 열정마저 이유 없이 슬그머니 사라진 날은 없었는가 되묻고 싶다. 그런 순간은 일류 운동선수들이라고 해서 비껴가고, 억만장자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그런 상황은 남녀노소, 부자, 안부자를 가리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나 계기도 없이 우울해지고 무기력 해지며, 세상 원망스러운 감정이 꽉 차는데, 정작 우린 그 원망의 대상이 누군지 모를 때가 많다.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남의 도움은 하나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본다. 가만히 서 있음 하나만으로도 완전해 보이는, 살면서 몇 안 되는 결점이란 말 아예 모를 것 같은 사람들 말이다. 언제나 올 곧고, 바르며,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처럼 보이는. 그런데 우린 이들의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진짜 그들의 속은 어떨는지 아무도 모른다. 겉으로 표만 내지 않았지, 속은 썩어 문드러져 이 악물고 옅은 미소만 어색하게 짓고 있는건지 모를 일이니까.


그런데 이 몇 안 되는 이들 중에 확실히 도드라져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도 많은 것을 이뤘고, 그 속내 또한 진탕 되거나 어지럽지 않으며,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만족스럽게 지을 줄 아는 이들, 나는 이들이 과연 누굴 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그 일을 이뤄냈는지도 알고 싶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먼저 결론부터 내려보자. 삶이 방향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과연 우린 뭘 믿고 의지해야 할까. 마음 그러니까 사람 속을 다스리는 ‘생각’이다. ‘자아’라는 말로도 부른다. 이 ‘생각’이 인생의 운전대를 잡고, 책은 여기서 운전면허 시험의 문제집과 같은 역할을 한다. 또 새 차를 샀을 때는 그 사용과 활용법을 설명하는 매뉴얼 역할도 겸한다. 책을 필요에 따라 잘 골라보면, 지금 나와 같은 고통과 위기를 겪은 이들의 경험이나 당시 생각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직접 겪거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어떤 문제를 해결한 책을 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책에는 어떻게 하면 사람이 아픔이나 고통, 절망, 두려움,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해지는지 잘 나타나 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생각을 다스린 후에도 어디 기대고 싶은 곳이 생긴다면, 고민없이 책을 믿어보라 말하고 싶다. 저자가 들려주는 고통과 절망, 아픔과 두려움, 위기 속에서 피워내는 희망의 노래를 따라 불러라. 그럼 당신이 겪고 있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것들이 정돈될 것이다. 이건 절망 B, 저건 두려움 F2, 아래 것은 아픔 A3, 그리고 저건 희망 IE3처럼 복잡한 문제를 분류하는 방법이 책에는 들어 있다. 글쓴이의 친절한 처방전도 함께.


어떤가. 대책 없이 왕복 8차선 고속도로 한가운데 서 있다가 봉변을 당하느니 고속도로 안내서를 찾아 갓길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의 수면 쉼터로 잠시 이동했다가 히이 하이킹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오가는 노선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생존 가능성을 확실히 높여주는 삶의 치트키다. 그러니까 위기의 와중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나는 내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며 다짐이다.


내가 겪고 있는 삶의 과정을 먼저 겪은 선험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품 덜 드는 인생 계획을 세워 볼 적기는 지금이다. 글쓴이가 들려주는 지혜에 귀 기울이고 반응해 내면 깊숙한 곳에서 번져 나오는 빛깔에 물들어라. 이미 내 안에 모두 있었지만 처음 봤고, 전혀 알 수 없었으며, 그 가능성을 몰랐던 진짜 거인의 힘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잠들어 있던 창고의 낡은 스위치를 찾아 '딸깍' 불을 켜라. 그 모든 방법이 매뉴얼처럼 자세히 책 속에 들어 있다. 그러니 우리가 책에 미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난 우리 생에 한 번쯤 정말 책에 홀딱 빠져 미쳐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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