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영 선생님
우리 반 선생님은 단연코 수영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분이다. 다정한데 재미있고 수업이 꼼꼼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앞타임(아마 그 앞반도 몇 개 더) 수업을 하시는데 선생님 반은 언제나 수업이 가장 늦게 끝난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한 번이라도 더 해보라는 선생님 덕이다. 그것 때문에 언제나 샤워실 대기 꼴찌이지만 크게 불만을 갖는 사람은 없다. 그 대신 '예전 선생님과는 달리 이 선생님은 참 꼼꼼하게 잘 가르쳐. 거기에 친절하잖아.'란 말들이 오고 간다. 정성을 담은 수업이 어머님들에게 닿아 사랑을 듬뿍 받는 듯했다. 물론 나도 동감한다. 사소한 질문도 언제나 진지하게 들어주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선생님을 만나 넉 달만에 수영이 많이 늘었다. 오후반 선생님도 내 오전 스케줄을 듣더니 '오 OO선생님 반이시네요? 그 반 정말 들어가기 힘든 반인데. 그래서 수영이 빨리 느시나 봐요.'라 했다. 회원들뿐 아니라 선생님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는 분이다. 선생님은 수업 도중뿐 아니라 수업 전후에도 언제나 미소를 띠고 인사를 하신다. 반의 경계와 상관없이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왠지 그는 업무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2. 약사 선생님
이런 이런 이유로 이런 약을 사려고 한다 하니 뚱해 보였던 첫인상과 달리 약사선생님은 내가 물어본 약에 대해 꼼꼼히 설명해주며, 그런 이유라면 유산균과 혈액순환보조제 등을 같이 섭취해 보시라고 권했다. 나이가 들어 그런 증상이 생기는 것은 장기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이야기였다. 평상시 그런 권유에 귀가 얇아지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약사 선생님의 말씀이 굉장히 진정성 있게 느껴졌고 추천해 준 유산균을 하나 사 먹어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주저함도 잠시 어느덧 지갑을 열고 있었다. 오늘 그 약사님의 말씀이 단순 영업활동이었는지 몰라도 적어도 난 내 이야기를 그렇게 잘 들어주고 약 추천을 그렇게 꼼꼼히 잘해주는 약사는 처음 만나봤다.
3. 피부과 선생님
내가 다니는 병원은 대규모의 네트워크 병원이기에 의사 선생님에게 상담을 상세하게 받는다거나 전담 원장이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상담실장과 상담을 받고 결제를 하면 의사 선생님들은 그 오더지에 쓰여있는 대로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신속히 해당 내역의 시술을 끝내고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이갈이 방지를 위해 턱이랑 측두근 보톡스를 결제하고 베드에 누웠는데 원장선생님이 나를 일으키더니 얼굴 이곳저곳을 살피며 적극적으로 나의 고민에 대해 피드백해 주고 이를 위한 추천 시술을 이야기했다. 턱과 측두근 근육을 만져보더니 이거보단 이걸 하는 게 좋고, 결제도 안 한 여드름 염증주사 한 대를 뽁 놔주었다. 기존 결제금액과 새로운 시술 결제금액을 간호사에 물어가며 설명해 준 노력에 난 누운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추천해 준 대로 시술 내역을 바꾸었다. 시술 후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열댓 명의 원장님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분이라고 한다. 지난 10번의 방문중 우연히 딱 한번 뵌 분이었는데 원장님 지정을 해주겠다는 말에 그녀를 지정했었다. 하나라도 더 해주고, 내 피부고민을 적극적으로 물어봐주는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은가 보다.
수영강사, 약사, 의사. 직업은 다르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즐겁게 일하는 사람 셋을 오늘 만났다. 직업의 종류나 페이 등과 상관없이 진심을 담아 본업을 대하고 그 결과 고객들이 모두 남다르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된 인물들이다. 주어진 것, 해야 하는 것만 해서는 아마 그렇게 인정받진 못했을 것이다. 내 시간, 내 돈, 내 에너지를 따지는 대신 더 많이 주고 싶다란 마음을 가지고 일하면 상대는 금세 눈치를 챈다. 오늘 그들을 만나며 내가 추구해야 하는 탁월함은 저런 것이구나 싶었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을 베풀고 그것이 나에게 돌아오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겠는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