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결과가 아니라 결정에서 온다

후회와 결정 정당화

by 엄윤성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늘 후회한다. 출근길에 교대역 6번 플랫폼 서 있다가 다음 열차를 이용하는 경우는 흔하다. 귀찮더라도 조금 걸어 1번 플랫폼에 서 있었다면 바로 타서 지각하지 않았을 텐데. 자기 전 휴대폰을 5분만 더 보려다 어느새 한 시간 넘게 보고 있다. 다음 날 아침 피곤한 몸을 보며 후회한다. 온라인 쇼핑에서 한정 세일을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가 막상 상품을 받을 때는 흥미가 떨어진다. 왜 그걸 샀지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괜히 샀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화난 상태에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확인했을 때 얼굴 화끈거리는 경험은 또 어떠한가. 아무리 이불킥을 해도 후회는 사라지지 않는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후회는 비합리적 감정이기에 의사결정에서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매 순간 의사결정을 할 때 후회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선택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후회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는 후회를 예측하고, 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한다. 후회는 개인적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된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행동을 어떻게 설명 가능한가에 따라 후회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즉흥적인 행동보다는 계획적인 선택을 했을 때 후회가 훨씬 줄어든다.


2002년 코널리(Connolly)와 질렌베르흐(Zeelenberg)는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과정을 충분히 했다면 어떤 선택이 나중에 실패해도 후회가 덜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들은 후회를 두 종류 구분했다. 하나는 다른 선택을 했으면 더 나았을 텐데라는 결과 기반 후회(outcome regret)이다. 다른 하나는 나의 결정 과정이 어리석었다는 자책에서 오는 정당화 기반 후회(decision regret)이다. 저자들은 두 번째 후회가 훨씬 오래가고,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후회는 나쁜 결과보다는 정당화하기 어려운 결정일 때 더 크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당화 가능성(Justifiability)이 높을수록 결과가 나빠도 후회는 줄어든다. 사전에 정해진 합리적 규칙에 따라 의사결정 했을 경우는 후회가 크지 않다. 이용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에 결정한 경우는 후회는 작아진다. 의사결정 과정을 타인에게 설명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이해 가능한 경우에도 후회가 줄어든다.


반면, 정당화 가능성이 낮은 결정은 결과가 조금만 나빠도 극심한 후회를 하게 된다. 사전에 정해진 합리적 규칙을 위반하는 경우 후회가 커진다. 이용가능한 정보를 분석하지 않고 나만의 감정이나 촉에 의존하는 경우 나쁜 결과는 후회를 더욱 크게 한다. 즉흥적이거나 감정적 선택으로 인한 선택은 후회를 더 유발한다.


주식 투자에서 나쁜 결과, 즉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동일하다. 손실 자체는 아프다. 그러나 손실보다 더 아픈 것이 후회다. 나의 선택의 정당화 가능성이 낮을수록 후회는 더 커진다. 사전에 정해진 투자 전략에 따라 손절했다면 후회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시장에서 이용가능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에 투자했다면 후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막연한 나의 촉에 따라 투자하거나, 친구가 알려준 정보를 믿고 투자할 경우에 실패했을 때 후회는 더 커진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투자로 인한 실패는 후회를 더 크게 만든다. 나의 투자 과정을 합리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를 하기 전에 항상 이 말을 염두에 두자. "다른 사람에게 나의 투자를 정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제는 즉흥적, 충동적, 감정적 투자를 자제해 보자. 실패하더라도 정신 건강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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