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이 투자 판단을 결정한다

투자자의 확증 편향

by 엄윤성

내가 투자한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큰 금액을 한 주식에 투자하면, 특히 장기 투자하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주식과 사랑에 빠지면, 그 주식은 단순한 수익 창출의 도구가 아니다. 그 주식은 나의 안목이며 정체성이 된다. 기업 주가가 올라야 큰돈을 벌 수 있다. 이럴 경우 그 기업의 좋은 뉴스만 눈에 들어온다. 나쁜 뉴스는 애써 무시하려 한다.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어도, 내가 고른 주식이 틀릴 리가 없다며 나쁜 신호를 무시하거나 유리하게 해석한다. 시장 상황이 좋아진다는 뉴스만 선택적으로 취사선택한다. 앞으로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는 뉴스는 애써 무시하거나, 일시적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전통적 경제학은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다. 합리적 인간은 새로운 정보를 보면 기존 믿음을 업데이트한다. 이를 베이즈 정리(Bayesian Update)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만 찾고, 반대되는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확실하지 않거나 애매한 정보는 자신의 믿음에 맞게 해석한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특정 주식이 좋다고 믿고 매수한 경우 긍정적인 뉴스만 취사선택해서 기억하는 경향이 높다.


행동재무학에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투자자가 자신의 기존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1999년 라빈(Rabin)과 슈래그(Schrag)는 확증편향을 경제학 및 재무학 관점에서 처음으로 수식화하여 모델링했다. 투자자가 처음에 어떤 주식이나 시장 상황에 대해 특정 신념을 가지게 되면, 이후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할 때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반대될 때는 일정한 확률로 이를 무시하거나 자신의 신념에 유리하게 잘못 해석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거나(Momentum) 변동성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Excess Volatility)을 투자자의 확증 편향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혹자는 반문할지 모르겠다. 난 부정적 정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믿음과 반대되는 정보를 100% 오해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확률로 오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확률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정보는 더 왜곡된다. 저자들은 첫인상(First Impression)이나 초기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기 믿음이 조금만 편향되어 있어도 계속 들어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왜곡하다 보면 이후에 큰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에서 첫인상은 보통 가까운 데서 형성된다. 주식 잘하는 친구가 추천하거나, 유명 애널리스트나 유튜브에서 추천해서 이후에 주가 상승을 경험한 경우 첫인상이 공고하게 형성된다. 이 기업이 AI 핵심 기업이라는 말만 기억에 남는다. 이 회사는 좋은 회사이고,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다라는 초기 신념이 형성된다. 이후 들어오는 정보는 왜곡되어 해석된다. 이제 긍정적인 뉴스만 눈에 들어온다. 신사업 발표나 실적 증가 뉴스만 받아들인다. 경쟁사 등장, 현금 부족, 규제 위험 등의 뉴스는 무시하거나 자의적으로 재해석한다. 일시적 문제이거나 시장의 과민반응으로 애써 무시한다.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확증 편향이 높아지면 버블(Bubble)이 발생할 수 있다. 닷컴 버블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산업에 대한 초기 긍정적 신호가 몇 번 나타나면, 투자자들은 이후에 발생하는 부정적 신호를 일시적 현상이나 오히려 매수기회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주가는 내재 가치보다 훨씬 높게 형성되어 버블이 발생한다. 문제는 버블은 사전적으로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확증 편향은 투자자들이 가진 자신의 정보나 정보 해석 능력을 과신(Overconfidence)하게 만든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시장에서 불필요한 거래를 유발하고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식 시장에서는 초기 신념을 조심해야 한다. 초기에 우연히 얻은 몇 개의 정보로 형성된 편향이, 이후 들어오는 객관적 정보를 왜곡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우리는 베이지언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기존 신념을 바꿔야 할 때는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유연한 사고가 투자에서도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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