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정치

확증 편향과 정치적 극단화

by 엄윤성

정치 이야기를 하긴 싫지만 최근 들어 정치에서 좌우 대립이 더 극심해진 듯하다. 광장을 메우고 있는 목소리는 매우 과격해서 듣기 민망할 정도이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른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자신이 믿고 있는 모든 것이 진실인양 크게 주장한다. 반대편의 목소리를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러한 현상을 강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좌든 우든 한쪽 영상을 보면 계속 관련된 영상이 추천된다. 이를 통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신념을 더 강화하게 된다.


자신이 기존에 가진 입장이나 신념을 확인시켜 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른다. 확증편향은 단순한 해석 오류를 넘어 사람을 과신(Overconfidence)으로 이끈다. 즉, 어떤 가설이 더 맞다고 믿기 시작하면, 이후 들어오는 정보 중 반대 증거조차 기존 믿음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잘못 읽게 된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확증 편향은 음모론을 강화하는 핵심 심리 메커니즘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수용하고, 반대 증거는 조작으로 간주한다.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확증 편향이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이러한 인지적 오류를 이미 1620년에 정확히 짚어냈다. 인간의 지성은 선입견의 지배와 반대 증거의 무시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선입견이 지배한다: 인간의 이해력은 한번 어떤 의견을 채택하면, 그 의견을 지지하고 일치하는 모든 것을 끌어들인다.


반대 증거는 철저히 무시한다: 설령 반대되는 사례가 더 많고 무게가 있더라도, 이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며, 혹은 어떤 구분을 만들어내어 배척함으로써 기존 결론의 권위를 유지하려 한다.


부정적 사례의 중요성: 베이컨은 진정한 법칙(Axiom)을 세우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사례보다 부정적인 사례(반증)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긍정적인 것에 더 쉽게 동요하고 흥분한다고 비판한다.


400년이 지났어도 곰곰이 새겨봐야 할 통찰이다. 물론 주식시장에도 확증 편향으로 인한 여러 가지 오류들이 존재한다. 이번 칼럼은 주식시장이 아닌 정치에서 확증 편향이 나타나는 경로를 베이컨의 통찰을 통해 살펴봤다. 주식시장은 다음에 다양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다음은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 그의 저서 『신기관(Novum Organum)』에서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설명한 유명한 구절이다.


"The human understanding when it has once adopted an opinion draws all things else to support and agree with it. And though there be a greater number and weight of instances to

be found on the other side, yet these it either neglects and despises, or else by some distinction sets aside and rejects, in order that by this great and pernicious predetermination the authority of its former conclusion may remain inviolate."


"인간의 지성은 일단 어떤 의견을 채택하면, 다른 모든 것들을 끌어들여 그 의견을 지지하고 동조하게 만든다. 비록 반대편에 더 많고 더 무게감 있는 사례들이 존재할지라도, 지성은 그것들을 무시하고 경멸하거나, 혹은 어떤 구분을 지어 제쳐두고 거부해 버린다. 이는 그 크고 해로운 선입견 때문에 이전의 결론에 대한 권위가 침해받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작가의 이전글개인 투자자의 잦은 매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