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군집 행동의 경제학
양과 같은 동물이 떼로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동물의 습성을 군집 행동(Herding)이라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군집 행동은 동일한 정보를 다수의 투자자들이 독립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아닌 다른 투자자의 행동을 보고 따라가는 매매가 누적되어 수익률과 포지션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배너지(Banerjee)가 1992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타인의 행동을 정보로 간주하여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매수하니까 진짜 좋은 정보가 있는 것으로 보여 나도 따라 매수한다. 개인 투자자는 숫자와 데이터가 아니라 다른 투자자를 바라본다. 많은 사람이 사고 있다면, 나도 사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주식 가격은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빠르게 상승하다가, 모멘텀이 꺾이면 급락한다.
개인 투자자의 군집 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정보기반 메커니즘으로 대변되는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과 정보폭포(Informational Cascade)이다. 개인 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기업 내부자나 기관 투자자에 비해 정보 열위에 있다. 특히 기업의 내재가치나 미래 실적에 대해서는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단서만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적 정보의 한계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행동을 정보의 신호로 여기는 경향이 높다. 내 정보보다 상대방의 행동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먼저 매수한 다른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이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진 증거처럼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만의 정보를 버리고 선행 투자자들의 선택을 그냥 따라가는 것이 최적 전략이 된다. 배너지는 이러한 현상으로 정보폭포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개인 투자자의 군집 행동의 원인으로 제시한다.
또 다른 하나는 행동재무학적 메커니즘으로 후회 회피(Regret Aversion)와 손실 회피(Loss Aversion)이다. 개인 투자자의 군집 행동은 인간 심리 자체가 군중을 따르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후회 회피는 미래에 내가 느낄 후회의 크기를 고려해서 선택을 바꾸는 심리이다. 투자에서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 미래의 후회가 더 큰 기준이 된다. 남들은 다 매수했는데 나만 안 사서 그 주식이 급등하면 그 후회는 실제 손실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따라서 대중을 따라가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안전한 선택이 된다. 이는 투자 기회를 나만 놓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의 포모(FOMO)로 이어진다. 손실 회피는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서 훨씬 더 큰 심리적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1979년 카너먼(Kahneman)–트버스키(Tversky)가 제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의 핵심이 손실 회피이다. 만약 혼자 판단해 손실을 보면 두 배 고통스럽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손실을 보면 심리적 부담이 분산되어 고통이 줄어든다. 소위 고통의 분산 효과라고 할까?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개인투자자의 군집 행동을 증폭시킨다.
군집 행동을 단순히 대중의 비이성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해다. 군집 행동은 정보비대칭 상황에서 신호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제한된 합리적 선택의 결과와 인간의 심리행동 편향에서 비롯된 비이성적 투자의 결과가 혼재되어 있다. 군집 행동은 투자자의 정보 부족과 심리행동 편향이 서로 강화하면서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이다. 군집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식 가격이 움직이는 구조와 동력을 읽어 내기 위한 일이다. “나는 지금 기업가치를 분석하고 있는가, 아니면 군중을 따라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대중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투자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