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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ja Mar 12. 2017

포토그래퍼 야구 선수, 이희도

내 인생 템포 대로 사는 삶


희도를 알게 된 건, 2년 전 핀란드 헬싱키 여행을 왔을 때다.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고 한국과 핀란드라는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지만 SNS를 통해 종종 소식을 전했었다. 희도는 나와는 다른 취미들을 가졌지만, 그 깊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사실 취미라 명명하기에는 그 깊이가 남달라서, 전문 분야가 많은 친구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희도가 여러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그 안에서 견고한 자신만의 세계를 지켜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세계 안에서의 희도는 여유롭고 평안해 보였다. 필자는 이 친구를 통해 핀란드의 'Slow life'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깊이를 담담히 쌓아온 희도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핀란드에 살고 있는, 다시 학생이 된 이희도라고 합니다. (웃음)


Q. 사소한 인터뷰를 보셔서 알고 계실 텐데, 저희 공식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할게요.  자기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른게 더 생각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떠오른 거는요. 무민 캐릭터 중에 Nuuskamuikkunen (누스까무이꾸넨)이라고 있어요. 무민이 살고 있는 동네에 왔다가 어느 계절이 되면 떠나는 캐릭터예요. 세상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따라 살아가는 방랑자의 이미지랄까. 이전엔 안 그랬는데 핀란드에 와서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내 가치관이 뚜렷해졌어요. 최대한 내가 좋아하는 것 하면서 남에게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려 하거든요. 그런 모습이 닮지 않았나 해요.


핀란드 유명 캐릭터인 무민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Nuuskamuikkunen

# 희도의 가장 큰 취미: 야구


Q. 희도에게 야구가 정말 큰 의미가 아닐까 해요. 페이스북에서 봐도 야구 관련된 포스팅도 정말 많고요. 본인에게 야구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하나의 통로. 사실 스트레스도 거의 없지만 (웃음)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직접 몸을 움직이며 푸는 통로라고 할 수 있죠.


Q. 야구를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한화 이글스가 빙그레 이글스였던 시절부터. (웃음) 송진우, 정민철 이런 선수들 있을 때부터 좋아했죠. LG 트윈스 어린이 야구 회원이었어요. 거기 들어가면 야구 용품이나 점퍼 이런 걸 주거든요. 그때는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입고 다녔어요. 생각해보면 항상 왼손 잡이 투수를 좋아했어요. 특이해 보여서 그랬나 봐요. 송진우 선수를 정말 좋아해서 응원팀을 빙그레 이글스로 바꾸지 않았나 싶네요. 어린 시절에 축구도 정말 좋아했는데, 야구 용품들을 선물 받고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기도 하고요. 


Q. 현재 참여하고 있는 아마추어 야구단이 있다고 들었어요. 간략한 소개 부탁할게요.

Helsinki Boars 팀 로고 (좌), 그리고 희도의 경기 모습 (우)


팀명은 Helsinki Boars라고 해요. 2013년에 핀란드 야구 1부 리그에서 같이 뛰던 형이랑 팀을 하나 만들자 뜻을 모았어요. 한인 위주로 멤버로 뽑으려 했지만 여기에 한인이 많지도 않을 뿐 더러, 야구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는 특히 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핀란드에 있는 한인과 현지인들의 교류를 야구를 통해 해보자는 목적으로 만들었어요. 올해는 인원이 모자라서 경기 참여를 못했지만, 내년에는 더 모집해서 경기를 하려고 해요. 2013, 2014년도에 2부 리그에서 2위를 했었고 (2부 리그에는 8팀 정도가 있다.) 작년에는 4위 했었어요. 2부 리그는 정말 취미를 위한 리그라,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팀에 야구를 안 해본 사람도 있고, 초보인 사람도 있기도 해요.


Q. 야구단을 하면서 가장 좋고, 힘들고 했던 여러 가지 추억이 있을 것 같아요. 취미를 기반으로 한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알거든요. 

좋아하는 운동인 야구 자체를 하는 게 좋죠. (웃음)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재미로 하니까 좋았어요. 하지만 야구단 활동에 필요한 모든 일을 몇명의 소수만 해왔던 건 좀 힘들었죠. 예를 들면, 리그를 참가하려면 협회와 소통도 해야 하고, 원정 경기가 있다면 거기에 필요한 카풀을 정한다던가 하는 그런 소소한 일들을 모두 다 하려니 힘들었어요. 처음에 두 해 정도는 그냥 했었는데 점점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좀 나누긴 했는데 앞으로 또 지켜봐야죠.


Q. Helsinki Boars 팀 말고도 핀란드 야구 국가대표 팀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핀란드 국가 대표 팀으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인터뷰이는 2014년 핀란드 시민권을 취득했다.)

핀란드 시민권 있는 사람들 중에 팀을 뽑아요. 매년 대회 전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해요. 항상 새로운 팀원을 선발하는데,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선발전 없이도 대표 팀 코치한테 연락을 받아요. 2014년 초에 시민권이 나왔을 때, 협회 측에서 그 해 여름에 경기를 같이 할 수 있냐고 연락이 먼저 왔어요. 아무래도 2012년부터 1부 리그에서 선수로 활동했으니까 그렇지 않았나 해요. 그리고 핀란드에서 야구가 그리 인기있는 종목이 아니라 규모가 작아요. (핀란드에는 핀란드 특유의 야구인 Pesäpallo가 있다.)


핀란드 국가대표 로고 (좌) 그리고 국가대표 팀으로 플레이하고 있는 희도 (우)


Q. 정말 야구에 쏟는 에너지가 많은 것 같아요. 야구를 하면서 가장 좋은 것! 그리고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야구가 사실 건강해지는 운동은 아니에요. 하면서 다치는 사람만 늘거든요. 그런데 어느 스포츠랑 비교해서도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의 작전이 나올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팀 스포츠를 보면, 팀원이 동시에 다 뛰는데 야구는 공격 때에는 팀원들이 한 명의 플레이어를 지켜보니까 답답하면서도 가슴 졸이는 그런 매력이 있어요. 아쉬운 건 왜 일찍 야구를 하지 못했을까. (웃음) 야구를 하면서 부상을 많이 당했어요. 시합 중에 다친 것도 있지만, 근육을 잘 못써서 다친 것도 있어요. 운동을 좀 더 잘 알고 준비했다면 안다치고 건강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게 아쉬워요.



# 희도의 새로운 시작: 사진 


Q. 최근 새로운 전공으로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사진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사진은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첫 카메라를 가진 게 고 2 때거든요. 그때부터 사진 찍는 건 계속 좋아했어요. 사진을 조금 더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3년 전에 에티오피아에 일하러 갔을 때부터 인 것 같아요.  그전에는 풍경 사진을 찍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에티오피아에서 사람들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의 생활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죠. 


희도가 3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촬영한 사진들.


석사과정(인터뷰이의 본 전공은 환경 토양학이다.)을 마치고 박사과정이나 일을 알아보면서 전공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내가 해왔던 공부를 되새겨 보니 '내가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면 연구원이 되거나 교직에 남아야 하는데 과연 내가 자리에 앉아 글을 쓰는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죠. 또 마침 핀란드 교육 정책이 바뀌면서 전공 박사과정 자리가 나지 않기도 했고요. 지금이 사진을 좀 더 배워볼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직업 학교의 사진 전공에 지원했고, 떨어지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다행히 합격했네요. (웃음)


Q. 사진 전공인 학교도 많을 텐데 직업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뭐예요?

여기에서 Stefan Bremer라는 굉장히 유명한 사진작가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분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진을 정말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직업 학교를 추천해줬어요. 사실 핀란드에서 사진으로 학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고 경쟁률도 굉장히 세요. 그 사람이 충고를 한 게 학사를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들으면 좋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코스를 알게 되어서 신청했죠.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사진가라는 타이틀이 나오거든요. 그럼 사진가로 활동도 할 수 있고요.


Q. 어떤 사진을 찍을 때가 가장 좋아요? 즐겨 찍는 사진이 있는지.

희도가 찍은 사진, 호수의 안개와 하늘이 신비롭다.


내 마음이 좋고 편한 거는 풍경 사진이에요.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거나 표현하기엔 풍경 사진은 좀 제한적이잖아요. 보람을 느낄 때는 사람을 찍을 때 같아요. 이전에 난민 캠프에 몇 번 가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그 사람들의 상황을 알기에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내 사진을 통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나 상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사람을 찍는 건 어느 타이밍을 찍느냐, 어느 환경을 찍느냐에 따라 달라져서 그런지 다큐멘터리 식의 촬영이 좋아요.


Q.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나 영향을 많이 받은 사진작가나 있을 것 같아요.

Cartier Bresson 좋아해요. 그 사람의 사진도 좋지만 ‘어느 순간의 찰나를 찍기 위해 기다리고 인내한다.’는 사진 철학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풍경을 찍을 때도 한 곳에서 계속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같은 각도에서 계속 같은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빛이 들어오는 게 항상 변하기 때문에 그 짧은 순간을 기다려서 좋은 그림이 나왔을 때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만약 그 사람 철학을 몰랐으면 그냥 여느 사람들처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를 찍었을 것 같아요.

Cartier Bresson의 유명한 작품 'Hyeres 1932'


Q.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라던가, 사진과 관련된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삶의 순간을 찍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특파원 느낌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외진 곳, 소외된 곳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어요. 다큐멘터리적인 사진을 찍고 싶네요. 


 # 희도의 소소한 취미 그리고 핀란드 생활 10년


Q. 지금까지 희도의 야구나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핀란드로 이주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핀란드로 와서 대학에 진학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해서 핀란드로 오게 된 거예요?

전적으로 아빠의 영향이 컸어요. 사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러시아로 가려고 준비를 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못 가게 됐어요. 당시에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구체적인 꿈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내가 여기서 공부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빠가 해외 출장을 이곳저곳 다니시면서 들은 정보로 핀란드 유학을 추천해주셨어요. 고등학교 시절에 좋아하던 분야인 환경 공학 프로그램을 영어로 수업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결정을 하게 된 거죠. 핀란드 오기까지는 부모님의 영향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하지만 와서 나 자신이 된 것 같아요. 한 1년 정도는 굉장히 전형적인 이전의 한국에서의 나였어요. 이것저것 많이 보고 사람들을 사귀면서 뭔가 나만의 가치관이 생겼어요.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그렇고. 


Q. 이제 핀란드에 산 지도 10년 정도 됐어요. 가족들이랑 떨어져 지내면서 친구나 연인에게 얻는 에너지가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내게 에너지를 주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 좀 해주세요.

희도, 반려견 게티, 그리고 여자친구 헬리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여자 친구죠. 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지만 저랑 정말 잘 맞아요. 저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생각을 말하지 않는 편인데, 신기한 걸 넘어서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내 마음을 아는 친구예요. 오버해서 말하면 전지전능한 신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여자친구에게 말해주는 것처럼 나를 꿰뚫어 본다고 느낀 적도 있어요. 좀 무서웠던 적도 있었어요. (웃음) 곁에서 잘 맞춰주고 이해해주니까 정착에 도움이 많이 되지 않았나 싶죠. 옆에 같이 있어주는 것 자체가 많이 도움이 됐어요. 어느 면으로 생각을 해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죠. 

또 한 명은, 핀란드에 처음 와서 들은 핀란드어 수업 교수님이 생각나네요. 나의 모든 편견을 깬 사람이에요. 처음에 봐서는 교수님 같은 느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교수님이 가르치는 건 딱히 없었고 수업 시간이 정말 자유로웠고요. 부모님이랑 막 떨어진 시기에 엄마 같은 사람이었어요. 집으로 학생들 초대도 많이 했고, 학생들이랑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어울리셨어요. 지금도 연락해요.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정말 젊게 사는 분이에요. 당신 딸이랑 연령 테스트를 했는데 딸은 40대로 나오고 자신은 18살 나왔다고 이야기해준 적도 있어요. (웃음) 


Q. 보면 좋아하는 일들에 대한 관심이 깊은 것 같아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외롭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요리하는 과정을 굉장히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짜장면에 짬뽕도 해 먹던데 !(웃음) 취미 생활을 어떻게 보면 깊게 하는 것 같아요. 본인에게 덕후 기질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죠. 내가 좋아하는 게 그렇게 많진 않지만 관심 있는 몇 가지는 이왕 좋아하는 거 깊이 좋아하고 싶으니까요. 다른 전자 기기에는 큰 관심 없는데 요리에 관심이 많으니 자연스레 요리 도구에는 관심이 많아요. 하나씩은 최고의 제품을 갖고 싶거든요. 어느 메이커가 좋다, 뭐 이런 간단한 자료 조사도 하는 편이고요. 엄마랑 이런 이야기하면 엄마가 저보고 아줌마 다 됐다고 하더라고요. 먹는 걸 워낙 좋아하니 내 미각의 즐거움을 위해 요리하기도 하지만, 먹는 걸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나 사용하는 도구에도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웃음) 

희도의 화려한 요리 실력을 엿볼 수 있다. 짬뽕은 물론 김밥에 칼국수까지. 못하는 게 없다.


Q. 취미 생활이 많아서 경제적으로 힘들진 않아요? 본인의 생활의 만족도를 채워주는 부분이 그런 지출에 대한 부담도 커버할 정도인가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으면 다른 건 부족해도 상관없어요. 지금 운동하는 것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사진 찍는 것도 그렇고 장비가 좋으면 결과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거에 조금 더 투자를 해서 더 즐길 수 있다면 내가 별로 관심 없는 것에는 혜택받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그래서 좀 덜먹거나 싼 집에 살면서 좋아하는 것들에 투자해온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취미를 가져오며 장비도 하나 둘 씩 쌓인 것 같아요. 




# 못다한 이야기


Q. 경제적 부분이 본인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헬싱키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본인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가요?

정말 소박해요. 자식들이랑 최대한 가깝게 살고 싶어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도 함께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가족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자연 가까이에 살고 싶어요.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도 많지만, 자연에서 오는 평안도 중요하기 때문에 시골에 살고 싶어요. 또 여자친구가 수의사라서 여러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기도 하고요.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작게라도 홈 스쿨링 하면서 아이들이 경험을 많이 하게 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10대에 들어서면 독립적으로 키우고 싶거든요. 재미로 생각해본 건, 시골에 농장을 하나 짓고 동물 병원을 옆에 차리고요. 거기에서 reception 하면서 카페도 하고. 사진 전시도 하는 새로운 개념의 게스트 하우스를 만들면 어떨까, 그런 재밌는 꿈을 생각해 본 적 있죠.(웃음) 


Q. 내가 생각하는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편견을 갖지 않는 삶의 태도라고 할까요.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경험에도 편견이 있다면 온전한 경험이 아니잖아요. 어떤 것에 편견이 있으면 그걸 제외하고 나머지 것들만 경험하려고 할 것 같아요. 모든 상황에 대해서 편견을 갖지 않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는 상태에서 경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Q. 옆에서 보면 굉장히 무덤덤한 편인 것 같아요. 심적 변동이 커 보이지 않달까. (웃음) 그런 게 저는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음의 여유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달관?! (웃음) 물론 살면서 고민은 있죠. 그런데 그 고민을 안고 씨름한다고 해서 묘책이 나오진 않잖아요. 나 같은 경우는 그래요. '그걸 어떻게 해결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면 그것만 붙들고 있다가 다른 걸 못하게 되거든요. 사실 여유라기보다는 무덤덤한 거예요. 만약 고민이 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해결이 될 거라고 일단 생각해요  고민에도 카테고리가 있잖아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시간을 할애하면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랑 어찌 보면 추상적인 고민들이 있을 텐데, 해결 가능한 것들은 빨리 선택해버려요. 그렇지 않은 것들은 그냥 놔두는 편이고요. 물론 저도 고민은 있어요. 새로 시작하는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걸 안고 있기보다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해요.


Q. 사소한 인터뷰 독자이기도 했는데, 직접 인터뷰이가 되어보니 어때요?

친구랑 얘기하는 느낌이라 어렵지 않았어요. 말을 좀 두서없이 한 것 같네요. 핀란드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건데, 한국이랑 환경이 정말 다르잖아요. 그래서 한국에 사는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웃음)



 희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던 순간들이 여럿 있었다. 모든 일들이 물 흐르듯 흘러온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냥 좋아서' 시작했고, '좋아서' 계속했던 게 전부다. 그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희도만의 영역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주변의 시선이나 첨언에 흔들리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담담히 해온 시간들이 견고한 희도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어쩌면 'Slow Life'의 한 단면이 아닐까. 충분히 내 속을 들여다보고,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서울의 생활을 생각하면 이런 삶의 방식이 가능키나 할까 싶지만, 그래도 하루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조금이라도 전체 속도를 늦춰볼 수는 없을런지 고민해 본다.


사소한 인터뷰 (talktalktv.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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