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부쳐

서울시, 보행친화도시 포기 선언의 기록

by 조우리
필자는 2022년부터 연세로공동행동 집행팀에서 연세로 이슈에 대해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연세로 공동행동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며, 참여 단체로는 서울환경연합,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등 여러 시민 단체와 기후위기 서대문비상행동, 서대문 풀뿌리여성단체 너머서 등 주민 모임 등이 있습니다.
지난 2년 여 간 진행된 연세로에 대한 논의들을 활동가의 시선에서 기록하고자 합니다.


모처럼의 긴 연휴를 앞둔 토요일,

연세로에서는 구청 주최의 축제가 열렸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기념식‘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축하하기 위해 (=일반 차량통행 허용을 축하하기 위해) 교통을 통제하면서까지 기념식을 벌이는 것을 두고, 한 서대문구 주민은 “청개구리 동네 신촌”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포스터를 보는 순간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은 특정한 지구가 ‘지정’될 때, 사업에 착수할 때 이런 기념식과 축하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반대이다. 무언가 해제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식을 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지 않은가?

물론 연세로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해왔던 활동가로서의 패배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곱씹어보니 꼭 그래서만은 아니었다.

행정은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조율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서대문구는 연세로 문제에 있어서 행정기관이 아니라 이익단체처럼 결론을 정해놓고 반대의견을 철저히 배제해 왔다.

아직도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통해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청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존재한다. 구청은 이런 시민들을 설득하고 안심시키는데 힘을 쏟기보다는 상인회와 더불어 연세로 차량통행을 기념하는 행사를 여는 편을 선택했다. 무려 1억 6천만 원의 예산을 쓰면서 말이다.

나의 착잡한 마음의 바닥에는 행정기관으로서 무책임한 서대문구청의 태도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던 것이다.



연세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2014년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삼거리까지 약 500m 구간에 조성된 서울시 최초이자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이다.


2022년 당선된 민선 7기 서대문구청장 이성헌은 연세로 차량 통행을 공약으로 하였고, 당선 이후 이를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서대문구청은 이성헌 구청장 임기 시작 후 약 3개월 만에 주말 차없는거리를 폐지하였다. 신촌지역 인근 대학(연세, 이화여대, 서강대) 학생회들과 여러 시민단체 및 주민들이 모여 결성한 연세로 공동행동의 반대입장 표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의 입장은 단호했다.


연세로 해제 반대 활동 모음 (출처 : 연세로공동행동)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및 해제권한은 서울시

서대문구청은 차 없는 거리뿐 아니라 대중교통전용지구도 해제하여 연세로에 차량을 통행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주말 차 없는 거리에 대한 해제 권한은 구청장이 가지고 있었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의 해제 권한은 서울시장이 가지고 있었다. 구청은 강력히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신중했다. 보행친화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서울시가 서울의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는 결정을 쉽게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서울시는 2년 간 결정을 유보하며 시민의견 수렴과 정책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차없는거리 찬/반 현수막 (사진 : 저자 촬영)


서울시, 장고 끝에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결정

서울시는 25년 1월부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했다. 연세로에서 밀려난 것은 500미터 남짓한 도로에 대한 교통정책 하나가 아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지정은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목적도 있지만, 교통정책 전환을 위한 상징성 있는 시도이기도 했다. 더욱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대담한 정책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에 서울 유일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는 것은 교통정책에 주는 함의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평가함에 있어서 ‘상권의 매출 증감’과 ‘교통 통행량’만을 기준으로 하여 납작하게 분석한 과정은 근거기반 정책결정 측면에서도 큰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연세로 해제, 평가와 과제는?

서울의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였던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해제되었다. 2년여간의 정책결정과정에서 무엇을 평가하고, 무엇을 과제로 남겨야 할까?


신촌을 방문할 일이 없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이 이슈는 관심영역에 있기 어려운 주제일 것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자동차가 아닌 보행친화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시민, 도시계획이 공공의 이익증진을 향한 방향으로 작동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복기해 볼 필요가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연세로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지난 활동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것이 글을 쓰기로 한 큰 이유이다.

지난 경험을 반추해 보면 글을 써나가면서 목차는 여러 차례 수정이 될 것 같지만, 대략 아래의 내용을 골자로 하여 6~7편의 글로 나누어 적어보려 한다.

1. 연세로의 맥락 이해하기
1) 연세로의 흥망성쇠, 그리고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도입 (1980~2014)
2)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주장의 등장 : 상인회와 철도 지하화(2001~2022)
3) 연세로를 지키기 위한 싸움의 기록 : 연세로 공동행동 투쟁기(2022~2024)

2. 차 없는 거리,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과정
1) 정책결정 타임라인
2) 주요 결정 근거 분석- 서대문구 이용자 설문, 서울시 교통량 및 카드매출 분석

3. 평가와 과제
1) 연세로 지키기 투쟁의 성과와 한계
2) 연세로 해제의 의미, 앞으로의 과제


몇편의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아마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 언제 마감이 될 수 있을지.. 가끔 아래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보려 한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이렇게 축하하며 기념할만한 일로 둘 수는 없으니까.


‘25.01.25.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기념식 중 퍼포먼스 장면 (출처 : 서대문구청 인스타그램)



연세로공동행동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yonsei_ro

keyword
작가의 이전글런던 스카이가든, 민간 무료 전망대가 어떻게 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