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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Sep 20. 2020

무인도는 왜 토끼섬이 되었을까

JR패스 일본 철도 전국 여행 - 히로시마편 (2)


 사람들은 히로시마를 생각하면, 미야지마와 원폭을 떠올리기 쉬운데 모처럼 히로시마에서 2박이나 해볼 기회가 없을 것도 같아서 이외에도 히로시마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찾아보니 히로시마에서 멀지않은 타다노우미역에서 갈 수 있는 토끼섬이라는 별칭을 갖고있는 섬이 있더군요.


 가는데 2시간 가량 소요되지만, 추억이겠다 싶어 아침일찍 서둘러 출발해보았습니다. JR패스로 갈 수 있는 역이라서 추가 교통비 지출은 없었습니다만, 환승역이 있다보니 가는동안 몇번 갈아타는건 있어 번거롭긴했습니다. 특히 환승할때 플랫폼 찾아가는것이 어려운일 같더라구요. 타다노우미역에 가면서 역시나 아침은 오니기리에 물로 아침 끼니를 채웁니다.



 일본의 곳곳의 관광명소가 되면서 좋아진 것은 인근 마을들의 경제도 덩달아 활성화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토끼가 많아지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토끼덕분에 섬으로 들어가는 부두인근에 가게들도 있는데 기념품부터 토끼먹이까지 꽤나 팔고 있습니다.


 500엔이면 하루종일 보관할 수 있는 짐 보관소도 있고, 왕복권도 620엔이면 됩니다. 저는 토끼먹이 하나만 챙겨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100엔 수준으로, 누구는 인근 패밀리마트에서 양배추를 산다고 한다던데 여러모로 번거울 것 같아 그냥 봉투에 담아 파는 건식 먹이를 준비했습니다.



 5분남짓의 배를 타고 들어갔을까요 곧바로 오쿠노시마에 도착합니다. 오쿠노시마가 무인도라고 하지만, 토끼섬으로 유명해지면서 리조트도 생기고, 섬도 꽤 커서 주기적으로 사람을 나르는 셔틀도 있습니다. 섬에서도 사람이 모여있는 리조트로 가려면 파란 셔틀을 한번 타야합니다.


 리조트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니 열대나무도 있고, 약간은 휑해보이네요. 토끼도 잘 없고요. 이곳은 리조트 뿐만아니라 캠핑장까지 운영하면서 1박을 지내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저는 1박까지는 오바고... 한 두어시간 놀다가면 좋겠다 싶었는데 워낙 섬이 커서 걸어다니려면 한나절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2시간 자전거를 대여해서 섬을 한바퀴 돌 생각입니다.



 섬을 한바퀴 돌면서 오쿠노시마에 토끼섬이 많게 된 비밀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오쿠노시마에 토끼가 많은 이유를 두 가지 가설로 추측하고 있는데요. 가장 먼저 소개드릴 가설은 독가스 실험때문이라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당시 무인도였던 오쿠노시마에 공장이 세워졌고, 어마어마한 양의 독가스가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독가스 실험의 대상으로 토끼를 데려와 실험에 쓰이곤 했는데 전쟁 패망 이후 독가스에 대한 자료가 폐기되었고 그사이 무인도에서 토끼는 무한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오쿠노시마를 토끼섬으로 만들었다는 가설입니다.


 이런 전쟁 시설로 활용되어온 섬이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돌다보면 군사시설과 같은 건물들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현대 건축물과는 거리있으며 일본군에서 관리했음직한 건물들이 많은데 이런 건물들이 주는 음산한 기운과 토끼가 언밸런스한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토끼가 무서워지는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또 다른 가설로는 1970년대초에 한 초등학교에서 토끼를 이곳에 8마리 풀었는데, 이후 별도 개체수 관리를 하지 않은 덕분에 앞서 기술한 무한한 번식력으로 인해 지금의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설입니다. 독가스 실험설보다는 친근하긴하네요


 어떤 이유로든 토끼가 없다가 생겨난 것이고, 무한 번식으로 인해 급증하고 관광지화가 되었다는것입니다. 일본인들도 이 토끼들을 배척하지 않고 잘 풀어주고 길러주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토끼들이 사람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열대나무들이 즐비한 오쿠노시마는 토끼만이 전부는 아니고,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를 돌면서 느끼는 청량감도 매우 좋습니다. 바다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인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작은 언덕을 오르는 동안에 흘리는 땀을 식혀주는 바닷바람이 그렇게 시원하고, 또 내리막길에서 마주하는 맞바람까지 일품입니다.



 토끼섬까지 놀러왔는데 뭐 기념품으로 가질만한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토끼가 그려진 에코백을 샀는데 생각보다 너무 부실해서 들고 다니진 못합니다. 너무 손잡이가 약하네요 ㅎㅎ 토끼섬에서의 반나절을 보내고나니 이제 다시 히로시마로 돌아가야할 시간이 왔습니다.


 2시간을 넘게 달려 온 곳이므로, 히로시마까지도 그만큼 시간이 걸려 가겠네요. 이날 오후 히로시마 카프스에서의 경기가 있었던 것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카프스 유니폼과 수건을 챙겨 기차에 탑니다. 저는 약간은 늦었지만 칼피스(일본 밀키스)에 스크램블에그 도시락을 챙겨 기차에 탑니다.



 그저 토끼섬만 다녀왔을 뿐인데 어느새 오후 4시를 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름이라 해는 길지만, 박물관 등 방문하려면 시간이 빠듯합니다. 히로시마에서는 히로덴이라는 전차가 다닙니다. 우리 한국에서도 일제강점시 시절에 전차들이 많이 다녔는데 비슷한 느낌입니다.


 히로시마까지 왔는데, 원폭기념관들을 놓칠 수는 없어서 서둘어 방문하려고 왔습니다. 원폭기념관 인근에는 원폭 당시의 피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건물이 있습니다. 건물의 벽만 남아 있고는 나머지는 모두 타버리고 붕괴된 이곳을 원폭돔이라고 부릅니다.



 원폭돔을 인근에는 위령비가 있는데, 당시 피해자들을 기리며 세운 비석입니다. 사실 우리가 나가사키, 히로시마원폭으로 인해 일본의 2차세계대전 패망, 그리고 우리나라의 광복까지 오게된 역사로 인해 원폭에 가려진 피해를 놓치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요. 특히나 일본인외에도 재일조선인들의 피해가 상당했기에 재일조선인을 기리는 비석도 같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폭 기념관 옆에 공원이 조성되어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오바마 그림이었습니다. 방문당시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중이었으므로, 오바마가 히로시마에 방문하였던 것이 이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오바마 방일 당시 인근 초등학생들이 만든 수많은 작품들이 모여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곧바로 가까이에 있는 원폭기념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원폭 피해로 멈춘 시계, 희생자들의 옷가지, 리틀보이 모형등 당시 피해상황을 전할 수 있는 실체있는 물건들이 전시되고, 어떤 과정에서 원폭이 떨어지고, 원폭으로 인해 어떤 후폭풍, 후유증을 겪고 있는지 박물관 내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폐관시간에 맞춰 서둘어 나오면서 바깥을 찍었는데 공원이 참 크고 넓더군요. 서울에서만 살아봐서 그런지 몰라도, 대도시가 곳곳에 흩어져있는 일본에서 사람들이 향유하는 균질의 인프라는 어떤것일까 생각해봅니다. 


 오바마가 방일한 것은 일본인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히로시마 곳곳을 다녀보면 어느 관광지보다도 서양인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서양인들에게 일본은 애니, 원폭, 사무라이등으로 요약될 것 입니다. 그만큼 서양인에게도 원폭은 큰사건이고, 히로시마는 그 상징인 셈이죠.


 특히나 일본에서는 전후 지속적으로 미국과의 관계회복과 더불어 전범국 이미지 지우기에 노력을 많이했던 것을 보면, 오바마의 방일은 일본 입장에서 원폭 피해국으로서 사과를 받아냈다는 인상을 보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보다 명확하지 않았다는데에서 정치적으로 다양한 해석을 낳게 됩니다.


 사족으로 혼자 생각해본 것이지만, 히로시마에는 유독 분수가 많습니다. 왜일까 생각해봤지만, 그냥 뇌피셜로 당시 뜨겁게 불에 타죽어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 많은 분수들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히로시마에오면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를 먹어봐야겠지요. 오코노미야끼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오사카(간사이)식에 익숙합니다. 재료를 모두 한데 섞어서 부침개처럼 뒤집어 만드는 것이죠. 우리의 부침개, 전과 요리 과정이 비슷해서 익숙할텐데, 히로시마식은 다소 새롭습니다.


 모두 섞어 같이 굽고 부치면 야채나 속 고기의 식감이 죽을수 있어, 먼저 밀가루 전물을 굽고, 그위에 속재료를 얹어가면서 요리를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역시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사이식은 손님이 혼자서 나머지를 굽지만,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는 가게에서 모두 만들어 내어 줍니다.


맛은 어땠냐고 회상해보면, 사실 양이 너무 많아서 뭐가좋은지 모르겠으나, 부침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오사카식, 볶음우동을 좋아한다면 히로시마식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전국을 돌면서 포켓몬센터는 꼭 방문하였는데, 각 지역별로 미는 캐릭터가 있다고 합니다. 가라도스를 입은 피카츄는 히로시마 포켓몬센터에서만 팔았기에, 뭔가 한정판 느낌도 있고 해서 꼭 사야겠다는 생각에 갸라도스츄인형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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