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뉴타운과 전공투의 몰락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보고나서

by 글쓰는 워커비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과

도쿄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타마산에는 너구리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66년부터 시작된 타마뉴타운 계획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산속으로 숨어들게 됩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는 도쿄 타마 뉴타운계획을 살펴보니, 독특한데요. 1950년대 일본이 세계2차세계대전이후 회복기에서 급속한 고도의 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 도쿄의 집값이 상승하였습니다.


도쿄의 부동산 시장은 과열되었고, 이로인해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던 일본 정부는 난개발을 막고자 도쿄에서 20km가량 떨어진 곳에 대규모 주택 택지 개발사업을 벌이게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타마뉴타운 인것입니다.


이 타마뉴타운의 경우 처음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교하게 학교, 상가, 관공서등이 도보로 이용가능하게끔 만들어놨는데, 이러한 모습에서 계획도시는 한국의 신도시가 타마 뉴타운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타마뉴타운은 현재 일본에서 인구절벽과 세대분리 등의 문제로 지역의 쇠락이 가속화 되면서 한국에서는 부동산 열풍이 일어날 때 마다 자주 언급되는 동네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신도시가 생길때마다 타마뉴타운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실제 거리로만 판단해보면 동탄신도시와 서울의 간격이 타마뉴타운과 도쿄시의 거리와 비슷해 동탄이 자주 지적되곤합니다.


그러나 타마뉴타운과 달리 동탄신도시는 인근 대기업을 비롯한 자족환경을 구축하고 커뮤니티를 키워갔다는 점에서 베드타운이 되어버린 타마뉴타운과는 그 궤를 다르게 하고 있긴하죠.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와, 이런 타마뉴타운 계획이 실제 사업으로 실행되자, 너구리들은 너구리족의 정신적 지주인 오로쿠 할멈에 따르며 단결하고 인간에 대항하게 됩니다.


빨간 옷 입고 계신 분이 오로쿠 할멈


특히 너구리들은 이 대항의 과정에서 오랫동안 봉인해왔던 변신술을 꺼내들게 됩니다. 이 변신술은 옛날부터 여우와 너구리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술수인데, 인간들이 사냥을 시작하면서 여우는 멸종에 이르고, 이에 위협을 느낀 너구리도 봉인해왔던 것입니다.



인간으로 변신한 너구리들


변신술이 익숙하지 않은 너구리들을 가르칠 수 있는 사범을 초대하러 멀리 길을 떠난 사이, 너구리 내 변신이 가능한 젊은 세력의 강경파였던 곤타의 주도로 공사현장이 아수라장이 됩니다. 변신을 통해 인간을 놀래켜주고, 사고를 일으키죠.



저기 빨간 조끼를 입은 곤타가 문제입니다.


그러나 곧 현장은 다른 인부들로 대체되고, 공사는 진행됩니다. 변신술 사범을 데려온 이후에도 계속되는 공사현장에서의 사건 사고들은 또다시 해프닝 수준으로 그치게 되며 모든 물거품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이윽고 곤타를 중심으로한 강경파의 인간 대격돌이 발생하고, 경찰의 총에 모두 목숨을 잃게됩니다. 그나마 강경파를 중심을 돌아가던 너구리 부족중 변신술에 능한 너구리는 인간계로 숨어들어 살아가게 되고, 변신술을 미처 못배운 너구리들은 산을 떠나게 됩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그 해석은 또다른 이야깃거리를 남깁니다.


표면적으로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타마 뉴타운 개발 과정에서 자연파괴를 말하고자 하는 기존의 미야자키하야오의 주요 주제의식중 하나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일본의 신좌파 학생운동인 전공투의 몰락하는 모습을 묘사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한총련이 연세대사태로 학생운동의 몰락을 했던것이 이 전공투의 모습과 매우 유사한데요. 일본의 학생운동도 야스다강당에서의 농성을 시작으로 폭력적인 시위로 번지며 전공투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과격한 시위대의 모습과 너구리의 모습이 겹쳐보이는데, 결국 전공투는 너구리처럼 야스다 강당 투쟁을 기점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여느 학생운동의 양상이 그랬듯, 전공투 이후의 운동권 학생들은 대오의 가장 앞에서 과격한 시위를 벌인 혹은 주도했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회로 자연스럽게 와해하고 스며들었습니다. 이과정을 경험한 대부분의 세대가 90년 버블까지 근 20년의 고도경제성장의 수혜를 받게 되었죠.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서 드러났던 과격한 곤타의 씁쓸한 마지막 모습에서 제적당하고 사회에 부적응한 전공투의 집행부를 볼 수 있었고, 변신술을 통해 인간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너구리들에게서 전공투로부터 이탈하여 버블경제까지 황금기를 누리던 단카이세대를 발견할 수도 있었습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팽창한 도쿄의 부동산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난개발로 지어댔던 도쿄 인근의 신도시 사업에서 비롯된 환경파괴 비판과 혈기넘치는 과격파 운동권으로 대변되는 전공투의 몰락모습을 담아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추천드리며 이번 리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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