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 좋아하는 유현준 교수님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십니다. 공간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며, 현재 우리세대에 들어 공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젊은 세대는 온라인 공간과 메타버스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떠난다고 하죠.
실제로 빠르게 집값이 치솟으며,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오르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다른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연쇄효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필수 생활비 비중이 오르는 것은 패션산업에 큰 독입니다. 새로운 패션을 소비해야하는 청년층에게 주거비와 의류비 지출을 조절할 수 있는 폭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당장 지금의 1020세대들의 패션을 선도한다 하면 무신사와 에이블리입니다. 개인의 호불호를 넘어서는 세대적 소비패턴이 종합 쇼핑몰 모음 서비스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가 정착한 곳이 무신사이고, 주 소비층을 대상으로 무신사는 조금 색다른 확장을 합니다.
바로 무신사 홍대입니다. 아 물론 오프라인 매장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무신사 SPA브랜드로 세운 무신사 스탠다드와는 다르게 '무신사 홍대'는 무신사에 입점한 8000여 브랜드들을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도록 150여개 브랜드를 엄선하여 배치했다고 합니다.
온라인으로 경험하던 브랜드를 비로소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는 분명 역행입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고 온라인 직영으로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무신사는 왜 광활한 온라인 공간에서 굳이 오프라인으로 옷들을 꺼내왔을까요?
왜 홍대일까
분명 백이면 백 모두가 경험을 이야기할 것이고, 저 역시도 경험부터 발견됩니다. 저는 그 경험을 위에서 말한 공간의 힘을 '함께'확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신사가 스트릿패션을 지향하는 만큼 1020 소비층에게 어필되었고 이들이 대부분 머무르는 공간은 온라인 공간일 것입니다.
그러나, 1020이 오프라인으로 나온다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홍대입니다. 조금더 확장해서 홍대와 연남이겠죠. 이곳의 지역적 특성이 재미있습니다. 분명 서울아래 내 몸 한켠 뉘일곳이 충분치 않지만, 홍대와 연남에서 만큼은 수많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주거지구와 상업지구에서만큼은 발견하기 힘든 모습인데, 곳곳의 버스킹 공간과 길거리까지 뻗어나온 수많은 로컬 브랜드들을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스트릿에서 공유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무신사는 서울에서 가장 먼저 홍대에 자신들의 플래그십을 열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났던 브랜드들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죠. 재미있게도 매장안에 배치된 옷들이 겹치지 않고 진열되어있습니다. 내가 온라인에서 봤던 브랜드를 하나라도 더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죠.
무신사를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다른 것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위에서 밝힌것처럼 8,000여개 브랜드의 진입으로 각자의 무신사 입점 브랜드 경험을 공유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오프라인 홍대로 나와 무신사 홍대에서 함께 옷을 보러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만의 브랜드라고 생각한 브랜드들을 오프라인에서 한번 더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O2O를 지향했던 지난 10년간의 IT트렌드를 다시 한 번 뒤집어 온라인이 오프라인에서도 동일한 경험을 하고 다시한번 더 공유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이죠.
특히나 이색적이었던 것은, 정말 150여개 브랜드가 빠짐없이 일관되지 않도록 배치했다는 것입니다. 이로 하여금 모든 공간에서 단한번도 기시감이 들지 않을만큼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정확히 무신사에서 경험한 그대로 입니다.
무신사앱에서 경험한 것은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스타일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는 다른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인데, 오프라인 무신사 홍대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방식을 실제 현실에서 구현해내고 있다는 것이 기발한 점이겠죠.
온오프의 경계 붕괴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그 경험은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무신사는 Q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완벽하게 동일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신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와 다름없이 오프라인에서도 그 효율적인 경험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무신사가 가격전략을 짜면서 잘한 것이 바로 구매금액, 건수에 비례하여 고객들을 등급화하고 이 등급을 매우 세분화하여 구매 한 건 한건에서의 효능감을 높이고, 다음 구매를 유도한다는 점인데요.
그동안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매장이 아쉬웠던 점은 오프라인이 그저 경험, 실물 확인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는데 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물건을 경험하고 나면, 온라인에서 가장 싼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심지어 배송까지 해주기 때문에 오프라인은 세일즈 접점을 못만든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QR, QR, 또 QR
무신사는 QR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제품을 읽으면, 자신 고유의 등급별 할인 혜택과 적립금, 전용 카드 혜택등을 모두 적용하여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오프라인의 단점을 바로 무력화했으며, 온라인 구매의 최대 단점이 당장 내가 물건을 가질 수 없다였는데 이마저도 바로 픽업할 수 있어 온오프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조화롭게 구현했다는 것입니다.
QR을 드러내는데 결코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분명 무신사는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QR이 더이상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세대에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최적화된 코드라는 것을요.
브랜드 하나하나마다 별도 QR이 있고, 옷마다 QR이 있기에 충분히 무신사적인 경험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점이 다시한번 오프라인의 단점을 부수는 강력한 장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옷에 대한 경험을 분명 온라인에서는 찾기가 쉽습니다. 만약 진열된 옷에 대한 솔직한 경험을 보고 싶었다면 무신사 리뷰를 들여다 보면 될 것이죠. 오프라인 스토어가 가지는 명확한 한계를 이와같이 다시 온라인으로 바꾸어 해결하는 것입니다.
분명 온라인 경험에서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오프라인으로 나온 무신사이지만, 저는 오프라인 스토어의 한계를 다시한번 온라인 서비스가 보완해주며 쇼핑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경계가 흐려지는 경험을 통해 1020 주소비층이 경험하는 공간의 확장까지 꾀하는 것이죠.
온라인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물건이 실제 매장에 진열되고, 나만의 최애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른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소비되고 경험되는지를 목격하며 온라인 공간에 갇혀있던 경험의 목소리가 온오프라인 양방향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분명 우리는 공간의 양극화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비자발적으로 밀려나면서 온라인 공간을 찾아가는 세대에게 오프라인 경험을 선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오프라인만을 위한 것도 온라인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상술한 것처럼 양 공간에서의 제한된 경험이 주는 한계를 명확히 상호보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온오프라인의 경험을 더 빠르고 쉽게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최소한 홍대에서만큼은 1020의 공간 양극화의 소외가 아닌, 공간 확장의 수혜자로 만들어 줄 수 있을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