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워커비 Jan 11. 2024

빛 좋은 사과, 애플페이

애플페이 본격 도입이 더뎌지는 이유

 애플페이 도입 1년이 가까워지면서 애플페이 성적표가 나타나고 있다. 언론에서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애플페이 도입을 주도한 현대카드를 칭송해마지 않았고, 애플페이 도입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왔던 수많은 칼럼니스트들과 애플페이 사용자 경험들은 서서히 옅어져 가고 있다. 


 먼저 애플페이를 주도했던 현대카드에서 쏟아낸 기사들과 칼럼니스트들의 호들갑, 그리고 애플페이 찬양했던 사람들이 했던 말들을 찾아보자. 


  "애플페이 첫날 가입만 100만!"

  "애플페이 효과? 현대카드 두달 연속 신규 가입 1위"

  "애플페이 효과 이 정도일 줄은"…현대카드 해외 결제액 81% 날았다

  "부회장님 한국에서도 애플페이 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의 개척자세요"


 실제로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와의 협상을 마치고 도입되면서 당시 언론과 현대카드는 축제 분위기였다. 출시 하자마자 가입이 밀물듯이 들어오고, 매달 신규 가입이 넘치고, 신한,삼성에 이어 3위 신용카드사로서 지위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또, 삼성페이만 바라보면 애플 유저들에게는 현대카드만 등록하면 편의점에서 지갑없이도 구매할 수 있다는 '경험'을 준 것만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을까? 위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가입은 늘었고, 그만큼 유저들의 거래가 늘어났으며, 실제 해외에서 불편함을 해소해준 해외결제액 성장은 모두 사실이 맞았다. 그러나, 더이상 애플페이의 장밋빛 전망을 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업계 압도적 1위인 신한카드에서는 여전히 애플페이와 협상 진전이 없고, 곧 참여한다던 카드사들도 속도는 늦추고 있다. 도입은 하되 굳이 애플에 끌려가면서 내줄거 다내줘가면서 사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는 수수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애플페이는 왜 도입이 안되었을까? 


 업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한국 정부의 규제, 삼성의 삼성페이 방어를 위한 로비등 온갖 방해 작업때문에 안되었을 것이라고 음모론을 피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딱히 규제할 이유가 없었고, 삼성은 삼성페이 점유율이 애플페이 도입을 막을 만큼 알짜 수익사업인 것도 아니거니와 간편결제 경험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간편결제 시장을 같이 키우는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애플페이가 도입되면서 삼성페이의 협상력은 더욱 높아졌다. 카드사 친화적인 수수료 정책을 유지하던 삼성페이가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드디어 수수료 협상이 가능해졌다는 것만 봐도 애플페이 도입은 삼성페이에게는 호재일 뿐이다.


 그동안 애플페이가 도입되지 않은건 수수료 문제와 단말기 이슈였다. 복잡하게 설명하기엔 지면의 제약이 있으니 아래 아웃스탠딩 링크를 참조하기를 바라며, 간단히 말해서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카드사에서 수수료를 많이 내야하고, 애플페이 전용 단말기가 보급되어야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https://outstanding.kr/applepay20221031


 먼저 우리나라 카드 수수료는 지난 2017년 이후로 급격하게 떨어져 대부분 가맹점에서는 0.5%수준에 그친다. 카드사가 카드사용액에 따라 카드결제 수수료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건 0.5%에 불과한데, 카드사는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되면 애플과 애플페이결제망을 구축해준 EMV(유로마스터비자)측에 1%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한다. 그러면 결론은 결제할때마다 결제건당 0.5%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나 더, EMV결제망을 가진 가맹점이 적기 때문에 가게마다 단말기를 15~20만원정도 주고 사게 해야하는데 이걸 현대카드 혼자서 주도하기 어렵다. 어쩌다 한번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고객을 위해서 단말기를 사서 구비해놓는 자영업자는 없을 것이다. 현대카드 고객 전부가 아이폰고객도 아니고 아이폰 고객중에서도 애플페이를 사용하지 않는 카드 사용자도 많을 것이기에 자영업자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결제할 때마다 손해를 보는것이 불을 보는 듯 뻔한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애플페이를 도입했다'라는 선구자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현대카드가 봉사를 할 수 있을까?


 결국 이와 같은 계약구조는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쉽다. 당장 수수료 구조를 바꿀 수 없지만, 대신 앞으로 나오는 카드들의 혜택들이 축소된다거나 고객 이벤트 등이 축소되는 방식으로 소비자 전가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이런 배경에 모든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의 협상을 수년째 난항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현대카드는 승부수를 던졌고, 초기 반짝 효과를 얻은 것이다. 그것이 위에 말했던 언론사들과 수많은 IT칼럼니스트들의 호들갑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1년 가까이 다른 카드사들은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지지부진하며 늘어난 이용률에 비례해서 MZ세대 결제건이 늘어났으나 소비금액이 크지 않았고 교통카드 도입은 여전히 소원하다. 반쪽짜리 애플페이인것이다. 가맹점 확보도 안되어 애플페이 유저입장에서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매장'인지 확인하고 가야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계속 연출되는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일반결제 수입률에 비해 애플페이 수입률이 0.11%가량 낮은 것을 비추어보면 앞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날 것은 자명하다. 이런 와중에 현대카드의 고집으로 인해 애플페이 도입이후 수수료협상이 카드사들에게 불리하게 유지된다면 애플페이 점유율 10% 도달시 3400억원을 애플과 EMV 결제망기업에서 가져간다는 계산까지 나오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을 마치 정부의 낡은 규제와 혁신성 부재의 원인으로 몰아가며 혁신의 아이콘인냥 애플페이를 들고 왔던 정태영 부회장이 이제는 책임있게 현재 생태계에 대한 입장을 보여줄 때이다. 이대로는 빛 좋은 개사과에 그칠 모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신사는 어떻게 다시 왕좌를 탈환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