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희 핀트 포트폴리오개발실장 인터뷰
지금까지 투자가 콜라 같았다면 앞으로의 투자는 넷플릭스처럼 돼야 한다고 봐요. 핀트가 이런 변화를 이끌 것으로 생각했어요.
김일희 핀트 포트폴리오개발실장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핀트에 합류한 이유입니다.
핀트는 앱 론칭 2년 만에 누적 회원 48만 명, 투자 일임 자산 500억 원을 기록하며 그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카이스트 졸업 후 프린스턴대 이산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일희 실장은 핀트 AI 엔진 ISAAC(아이작)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핀트는 AI 비대면 투자 일임 서비스예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1:1 맞춤형 투자 일임 서비스를 일반 대중도 누리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었죠. 핀트의 독자적인 AI 엔진이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1:1 맞춤형 투자 일임 서비스를 일반 대중도 누리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었죠.
AI 엔진의 이름이 눈에 띄는데요.
“프린스턴대 지도 교수님의 지도 교수님, 또 그 위의 지도 교수님…
이렇게 열일곱 번 정도 올라가면 학계 선조(Academic ancestor)가 나오는데, 그분이 아이작 뉴턴이에요. 물론 이것 때문에 ISAAC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아니고요. (웃음)
아이작 뉴턴이 일상 속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곁의 수많은 금융 데이터를 IT 기술로 해석한다면, 금융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더 나은 투자 성과를 낼 것이라는 철학을 담았죠.”
AI 엔진이라는 게 익숙한 기술은 아니에요.
“ISAAC은 금융 영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솔루션의 집합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현재 증시에서 유망한 산업군은 무엇일까’ 혹은 ‘어떤 국가의 증시가 상대적으로 더 유망할까’와 같은 것일 수 있고요.
핀트는 금융 영역 특히, 투자에 필요한 문제를 사람의 판단을 최대한 배제한 채 과학적으로 풀려고 해요. 이때 ISAAC이 큰 역할을 합니다.”
핀트 모바일 앱은 2019년에 출시됐습니다. 그리고 핀트를 운영하는 기업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은 2013년에 설립됐죠. 서비스 개발에 6년을 공들인 셈이에요.
그동안 혁신적이라고 할만한 금융 서비스가 여럿 등장했지만, 김일희 실장은 조바심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입니다.
“송금, 결제, 보험, 대출 등 다른 금융 서비스와 다르게 투자 영역에서 필요한 기술 수준과 넘어야 할 규제의 벽은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좀 더 소요될 수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핀트가 지향하는 투자 일임 서비스에는 더욱 고도화한 개인화 기술이 필요했고요. 속속 출시되는 금융 서비스 중에 핀트만큼의 기술력을 가진 곳은 없다고 봤어요.
그래서 조바심은 없었어요.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였다는 점이 조금 부럽긴 했죠. (웃음)”
속속 출시되는 서비스 중에 핀트만큼의 기술력을 가진 곳은 없다고 봤어요.
AI 엔진을 비롯한 핀트의 기술력은 경쟁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가요?
“1:1 비대면 투자 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10만 개, 100만 개 이상 다수의 계좌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체 플랫폼과 운용 엔진을 갖추어야 해요.
핀트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ISAAC이라는 엔진과 PREFACE(프레퍼스)라는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렇게 ‘개인화’를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핀트와 견줄 만한 업체는 사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엔진과 플랫폼… 조금 어려워요.
“기차역을 떠올려보세요. 기차를 타려는 승객들이 기차역에 모이고, 각자의 목적지로 출발해 흩어지죠. 여기서 기차역 혹은 기차 자체를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승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차가 나아가도록 의사 결정을 하는 주체가 ‘엔진’인 것이고요.
마찬가지로, 투자를 하려는 고객이 모이는 핀트 서비스 안의 어떤 공간 같은 개념이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적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이 바로 엔진이에요.”
김일희 실장이 핀트를 만들던 초기에는 플랫폼과 엔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직원은 7명이 전부였죠. 금융이 아닌 기술 기반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여 금융과 시장을 연구하고 학습했습니다.
오늘은 누가 어떤 연구를 해올지, 그것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하루하루가 궁금한 날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보단 학교와 분위기가 비슷했어요. ‘내가 오늘은 이런 연구를 해봤는데 결과가 이렇더라’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우리만의 방향성을 잡아가던 시기였어요.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때 가진 문제의식이 핀트를 탄생시킨 동력입니다.”
어떤 문제의식이었나요?
“기존 금융 상품은 말 그대로 ‘상품’이었습니다. 많이 파는 것이 지상 과제인, 공장에서 찍어내는 획일화된 상품이요. 제가 좋아하는 콜라를 비유로 들 수 있겠네요.
그런데 세상은 점점 서비스 관점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팔고 나면 끝이 아닌, 고객이 상품을 구매한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인 거죠.
고객이 원하는 것, 고객이 느끼는 불편이 무엇인지 듣고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필수가 됐습니다. 넷플릭스와 쿠팡 같은 기업이 서비스 관점에서 고객을 대하고 있죠.
금융 영역은 이런 변화가 조금 느리다고 느꼈습니다. 금융 소비자도 점점 나의 성향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찾게 될 것으로 판단했어요.”
금융 소비자도 나의 성향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찾게 될 것으로 판단했어요.
핀트는 그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나요?
“우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객과의 투자 일임 계약 형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계약한 개별 계좌를 운용할 수 있는 기술, 핀트만의 자체 플랫폼과 엔진이 필수라고 봤고요. 기술 개발에 수년을 공들인 이유가 그것이죠.
또, 관련 규제의 허들을 넘기 위한 노력도 필요했습니다. 2017년에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해서 핀트 알고리즘의 안정성 및 보안성을 확인했어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알고리즘에 한해 비대면 투자 일임 규제가 완화되었어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분산투자, 투자자 성향 분석, 해킹 방지 체계 등 투자 자문∙일임을 수행하기 위한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심사함
기술력을 한층 높이고, 규제를 하나씩 넘어선 핀트는 증권사 계좌 개설부터 투자 일임 계약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모바일에서 구현했습니다.
개발 초기 김일희 실장이 목격한 기존 금융 상품의 문제를 비로소 해결한 것이죠. 하지만 그는 핀트가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말합니다.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고객에게 쉽고 친절하게 전해지지 못 하면 문제를 완벽히 풀어냈다고 할 수 없어요.
핀트가 ‘간편투자’의 길을 열어 열심히 닦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금융 서비스는 다른 선진국보다 그 절차와 과정이 여전히 복잡한 편입니다.
핀트의 경우엔, 투자 계좌를 개설할 때나 투자 주문을 낼 때 시중 증권사를 거쳐야 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저희가 증권사 라이선스 취득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스스로 증권사가 됨으로써 고객의 투자 경험을 더욱 개선하려고 해요.”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고객에게 쉽고 친절하게 전해지지 못 하면
문제를 완벽히 풀어냈다고 할 수 없어요.
김일희 실장이 상상하는 ‘투자’는 쉽고 편리하며, 개인화되어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는 그는 즐거워 보였어요.
“지금까지는 ‘간편투자’를 구현하기 위해 달려왔어요. 어느 정도 성과도 낸 것 같고요.
이제는 지금보다 더 세밀하게 개개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 의사’를 목표로 전진하려 합니다. 핀트를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소비나 저축 등의 영역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풀어내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준법감시인 심사필 제 2021-044호(2021.06.30. ~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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