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하는 직장인이라면 예외 없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금흐름이 하나 있어요. 바로 국민연금인데요.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개편안이 올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에요.
그 과정에서 여러 개편안 후보를 추리는 워크숍이 이달 초 이뤄졌는데요. 오늘 핀트레터에서는 이번 워크숍에서 나온 내용이 뭔지 알아볼게요.
국민연금에 돈을 납입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해요. 은퇴 후에도 다달이 일정 수준의 소득을 얻기 위해서예요. 오늘날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9%, 이를 통한 소득대체율은 40%를 목표로 해요.
매달 버는 돈의 9%를 내면 은퇴 시점인 65살 이후로 내가 받던 월급의 40% 정도를 매달 받는 거예요. 단, 여기엔 40년 납입이 전제인 만큼, 요즘처럼 늦게 취업하는 세태를 반영하면 실제로는 내가 받던 월급의 20% 정도를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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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 연금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 지급액. 즉, 물가인상률을 고려했을 때 전체 근로기간 동안 평균 월급이 300만원인 사람의 연금 소득대체율이 50%라면, 연금은 매달 150만원 지급.
때는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1월. 우리나라는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했어요. 출범 초기에만 해도 월급의 3%만 보험료로 내고도 무려 소득의 70%를 은퇴 후 가져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그렇지만 한번 생각해 보세요. 20세부터 60세까지 월급의 3%만 내고, 65세부터 80세까지는 벌던 돈의 70%를 연금으로 받는다? 물가가 단돈 1원도 오르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연 수익률이 꾸준히 6%를 넘어야 해요.
만약에 물가가 오른다면? 어림잡아 보더라도 이 수치에 물가상승률을 더해야 하죠. 그러면 당시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어땠을까요?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 월급의 3%만 내고 은퇴 후 받던 월급의 70%를 받으려면 매년 기록적인 수익률을 찍으면서 연금을 운용해야만 가능한 구조였어요. 사실상 처음부터 지속 가능하지 않았던 거죠.
제도를 도입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높은 경제성장률과 급격히 늘어나는 노동인구를 바탕으로 이것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 듯 보여요. 2022년을 제외하곤 국민연금 적립금이 꾸준히 증가해 왔기에 아예 틀린 생각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예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63,239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4년째 감소 추세에 놓여 있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출생아 수는 감소하고, 평균 수명은 연장되고 있는 거죠. 연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받을 사람만 늘어나는 상황인 거예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제도 도입 이후 두 차례 보험료율을 올렸어요. 소득대체율은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중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0년 뒤인 2055년에 국민연금 잔고는 0원이 되고, 더 나아가 나랏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올 거란 연구 결과도 있어요.
이대로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연금 적립금이 사라질 거란 사실은 분명해요. 이에 대한 해답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더 내거나, 덜 받거나.
더 내는 방법: 소득 중 납입하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늘리거나 보험료를 내기 시작하는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올려 보험료를 내는 총 기간을 늘리는 거예요. 왜 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느냐고요? 물론, 다른 주체가 대신 내줄 수도 있어요.
실제로 군인연금은 이미 적립금이 고갈되어 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어요. 하지만 정부의 돈은 우리가 낸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내는 돈이 늘어나는 건 매한가지예요.
덜 받는 방법: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매번 받는 금액을 줄일 수도 있고, 받는 금액은 유지하되 받는 횟수를 줄일 수도 있죠. 금액을 줄이는 방향은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향, 받는 횟수를 줄이는 방법은 연급 수급 개시 연령, 즉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더 높이는 거예요.
이 중 더 내는 방향은 이미 피할 수 없지만, 덜 받는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시각이 존재해요.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빈곤율이나 늘어나는 평균 수명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소득대체율을 낮추기는 힘들어 보이죠.
그렇다고 연급 수급 개시 연령을 너무 늦춘다면, 정년 이후 소득없이 생활해야 하는 시기가 너무 길어지니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아요. 소득재분배 기능은 기초연금에 맡기는 등 근본적인 구조에 변화가 필요할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이번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꾸린 공론화위원회 워크숍에서 나온 선택지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총 7개의 의제에 대해서 의제 숙의단의 투표로 안건이 정해졌는데,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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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7가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의무가입연령 및 수급개시연령 △외 대안 부재의 4건(퇴직연금제도 개선방안,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방안,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공적연금 세대간 형평성 제고방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국민연금의 핵심인 이 둘에 관해서는 아래의 두 가지 안건이 올라왔어요.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보다 적어도 3%p의 인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요. 지금의 보험료율인 9%에서 약 33% 정도 올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1안. 보험료율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2안. 보혐료율 12%까지 10년 이내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앞서 얘기했던 국민연금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두 가지 안건이 올라왔어요. 하지만 두 안건에서 모두 현재 국민연금의 수금범위와 산식은 모두 유지하고, 기초연금의 구조를 바꾸는 방향이 논의된 것으로 보여요.
의무가입연령 및 수급개시연령
이 경우는 1개의 대안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수급개시연령은 지금과 같이 만 65세로 유지하고, 의무가입 상한연령을 지금의 만 59세부터 5년 늦춘 만 64세로 변경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적어도 지금보다 30% 더 많이, 5년 이상 더 내는 것이 모든 대안에 포함되어 있어요. 소득대체율이 지금의 40%로 유지될지, 아니면 10%p 상향된 50%가 될지 정도가 변수로 남아 있고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안은 대안일 뿐, 국민연금 개편 방안이 확정된 건 아니에요. 이후 500인 시민대표단의 숙의 과정에 이번 안건이 올라가고,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을 개정함으로써 반영될 예정이죠.
관건은 이번 안을 통해 국민연금 고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인데요.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아쉽게도 현재 예상되는 국민연금 고갈시기인 2055년에서 고작 6~8년 정도만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이라는 특성상 그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운용에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운 경향을 띠어요. 따라서 여기에 개개인의 생애 소득 변화나, 투자성향을 반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소득대체율이 무척 높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어요. 국민연금 하나만으로도 국민 대다수의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실제로 OECD 국가들의 평균 소득대체율이 42.2%이고, 룩셈부르크나 포르투갈은 70%를 넘는 소득대체율을 보이며 이들 나라 국민은 어느 정도 안정적 노후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에요. 반면, 우리나라는 앞서 말했듯 실질 소득대체율이 20% 정도에 불과해 국민연금 하나만 바라보긴 힘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조적인 수단으로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게 현명한 선택이에요. 다만 이런 사적연금의 경우, 개개인의 기호를 반영할 수 있는 동시에 개인 투자 판단에 따라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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