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다듬는 완성

크기보다 순서, 속도보다 균형

by FIPL

발바닥의 각질을 정리하다 보면 단순히 많이 떼어낸다고 해서 매끄러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두껍게 한 겹을 벗겨내는 순간에는 시원함이 남지만, 그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거칠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조금씩 갈아내고, 시간을 들여 부드럽게 다듬을 때 비로소 발바닥은 매끈하고 편안해집니다.

이 과정은 삶의 여러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크고 과감하게 한 번에 이루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은 순서를 따라가며, 용도와 목적에 맞게 조금씩 다듬어야만 제 빛을 드러냅니다. 성급히 앞서가려 할 때 오히려 상처가 남고, 천천히 과정을 존중할 때 오래도록 편안함이 지속됩니다.

발바닥을 매끄럽게 다듬는 작은 행위 속에서도, 우리는 크기보다 질서, 속도보다 균형의 가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삶은 결국 무언가를 ‘크게’ 이루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순서와 적절한 방법으로 다듬어가는 과정 속에 있음을, 발끝에서 몸소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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