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스쳐간 자리

by FIPL

아침의 빛은 창턱에서 멈추고
방 안엔 오래된 그림자가 눕는다.

바람은 문틈을 스치며
아무 말도 없이 발자국을 지운다.

꽃잎은 아직 피지 못한 채
눈 속에서 계절을 잃어버렸고,
손끝의 온기는 종이 위로 흘러내린다.

나는 모른 척, 하루를 접어
서랍 깊숙이 넣는다.
다만, 아주 조용히 숨 쉬듯
다음 페이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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