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가 비에 젖은 잎 사이로 흩어졌다. 한여름의 뜨겁고 날카로운 울음은 아니었지만, 물방울을 튀기며 이어지는 소리는 묘하게 산뜻했다. 축축한 공기 속에서도 그 울음은 여전히 기운차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딸기우유를 열었다. 분홍빛 액체가 빨대를 타고 올라와 혀끝에 닿는 순간, 어린 시절의 장난스러운 기억 같은 달콤함이 번졌다. 그러나 곧바로 차가움이 목을 채우며 몸속을 식혀 나갔다. 비가 열기를 쓸어낸 공기와 그 차가움이 겹쳐지자, 순간의 맛이 계절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흰 벽은 빗물을 머금은 채 고요히 서 있었다. 하얀 표면을 따라 흘러내린 물방울은 가느다란 흔적을 남겼다가 사라지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새로운 선이 그 위에 그려졌다. 빛나던 여름의 흰색은 이제 물기를 머금은 다른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매미의 울음 사이로 풀벌레 소리가 스며들었다. 그 자연스러운 교차 위에, 나는 작은 변주를 얹는다. 올해의 여름에서 가을은, 달콤함으로 분홍빛이 되어가는 계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