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되는 게 재미라고?
사람들은 흔히 “삶이 뜻대로 되면 재미없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면 긴장도 없고, 놀라움도 없으며, 배움도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장은 오래된 위로의 문법에 불과하다.
삶이 통제되지 않을 때 느끼는 무력감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설득해온 것이다.
그 말은 현실을 수용하기 위한 서술이지, 존재의 진실을 말하는 명제는 아니다.
‘뜻대로 사는 삶’이 재미없다는 전제에는, 욕망이 고정되어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인간의 ‘원함’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력 그 자체이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대로 산다는 것은, 단일한 욕망을 반복하는 기계적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욕망의 변화를 스스로 인식하고 따라가는 능동적 행위이다.
그건 정지된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방향을 조정하며 항해하는 살아 있는 움직임이다.
놀라움이나 긴장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일 뿐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고 선택하는 순간,
그 자체가 가장 깊은 형태의 생동감이 된다.
그 생동감은 혼돈의 자극보다 조용하지만, 훨씬 더 근본적이다.
왜냐하면 그건 외부가 아니라, 의식 그 자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결국 삶이 재미있다는 말은 “예측할 수 없어서 즐겁다”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서 살아 있다”는 말이어야 한다.
뜻대로 사는 삶은 세계를 통제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자기 안의 흐름을 자각하고 그 방향으로 존재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삶은 뜻대로 되어야만 진짜로 흥미롭다.
왜냐하면 그 뜻은 언제나 변하고, 그 변화를 스스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견딜 수는 있다.
하지만 내 뜻을 잃은 삶은 더 이상 내 삶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