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스스로의 예민함에 지치곤 한다. 남들보다 쉽게 긴장하고,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시야가 좁아져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스스로가 야속할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 생각해보면, 그 좁은 시야는 사실 세상을 누구보다 깊고 진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몰입의 창이기도 하다. 쫓기는 기분으로 달렸던 그 시간들은 남들이 도달하지 못한 성취의 정점으로 데려다준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생각이 끊이지 않는 것도, 뇌가 두 개인 것처럼 남들보다 배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 수많은 상념을 감당하기 위해 노트를 펼치고 활자를 적어 내려가던 습관을 기억해보라. 그 고단한 과정 덕분에 무수한 생각의 더미 속에서 반짝이는 원석 같은 진실을 발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예민함을 너무 거슬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조절하는 법만 익힌다면, 예민함은 좋은 도구가 된다. 많이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고,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타인에게 닿을 수 있는 통로가 넓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