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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기은퇴러 Dec 29. 2020

감정을 스스로 소화하는 법

업무가 너무 많거나 어려우면 질질 짜고 스트레스받긴 해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회사생활해야 되나... 그만두고 싶다 할 땐 어김없이 사람 때문이다.
 
어차피 내 일 아닌 회사 일이고, 월급 받으면서 하는 일인데 왜 본인의 감정을 소모하며 다른 사람에게 짜증과 화를 내는 걸까. (라고 했지만 가끔 나도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언성이 높아지곤 한다. 반성합니다.)


알고 보니 내일 휴가라 마음 급한데 내가 일 줬다고 짜증내는 과장과, 그 짜증을 받아내고 어쩔 줄 몰라하다 고스란히 엄마한테 부은 나. 결국 둘 다 미성숙한 인간이다.


어릴 때만 해도 갈등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 믿고 문제는 부딪쳐서 해결하자는 갈등 이론 신봉자였다. 하지만 직장생활 짬바가 쌓여갈수록 또라이는 피하고, 업무 협조고 나발이고 혼자서 해결하려는 회피력+아싸력만 늘었다.  또라이와 말씨름, 감정싸움하기 싫어서 앞에선 네네 하고 그냥 내가 다 해버렸더니 어떨땐 호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같이 지랄 좀 해주고 불친절하게 다 끊어내야 하나 싶어 짜증이 난다. 부끄럽게도 몇 년 전 이렇게 해봤는데, 확실히 지랄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조심하고 쓸데없는 업무 요청이 줄긴 하더라. 나만 해도 문의할 일이 있으면 개중 가장 친절한 사람에게 연락하는 걸 보면 사람은 모두 비겁한 건가? 아님 영리한 건가? 이래서 호구에 일 잘하는 사람들은 죽어라 일하고 어필까지 못하면 팽 당하는 건가 보다.

아무튼  화풀이는 엄마한테 한 후 다음에 이 과장과 또 일하게 되면 어떻게 맥여야되나 고민했지만, 똑같이 화내고 복수(?) 한다고 해서 행복할 것 같진 않았다. 엄마에게 짜증내니 당연히 미안한 감정에 우울해졌고, 몇 시간 후 다시 전화 온 그 과장의 말투가 급 착해진 것 보니 그분도 나름 느낀 게 있었나 보다. (또라이는 아니고, 그냥 휴가가 너무 소중한 분인건가.)

온갖 외부 공격이 와도 나는 그 정도에 상처 안받아요~ 웃으며 넘기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게 하고 내 감정은 스스로 소화하는 단단한 사람, 남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힘들어하는 사람에겐 가끔은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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