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ㄹ..ㅅㄹ... 사랑해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은 동화책이지만 어린이들보다도 어른들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그런 알사탕이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6년간 서울 상설공연과 지방투어 공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감사하게도 난 배우로서 알사탕의 큰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었고 마지막 공연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뮤지컬 알사탕은 크게 몇 장면으로 나뉜다.
혼자 있는 소리-친구가 없는 동동이는 학교 다녀와서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노견 구슬이와 함께) 그러다 보니 집안에 있는 다양한 사물들과 놀 수밖에 없다. 시계초침소리, 윗집 물 내려가는 소리, 옆집 문 닫는 소리 등등
구슬치기-구슬이를 데리고 혼자 공터로 가서 구슬치기를 한다. 다행히 구슬이도 좀 도와주면서 구슬치기를 완성하게 되지만 아이들의 노는 소리에 발길을 돌린다..
할아버지 문방구-신비한 문방구를 운영 중인 할아버지는 마술과 코믹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깨진 구슬을 사러 온 동동이에게 알사탕을 팔게 된다.
소파-집에 가지고 온 알사탕을 하나 먹게 되고, 그 영향으로 소파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리모컨 때문에 옆구리가 너무 결려, 아빠 방귀 좀 그만 뀌게 해 줘 냄새나 등등 하지만 알사탕이 입에서 녹아 사라지자 소파의 음성도 들을 수 없게 된다.
발냄새-알사탕을 효력을 알게 된 동동이는 또 하나의 알사탕을 먹게 되는데, 이번엔 오랜 시간 함께 한 구슬이와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쌓였던 오해들을 풀게 되고 서로 좋아하는 서로의 발냄새를 맡으며 신나는 음악과 탭댄스로 노는 장면이 연출된다.
잔소리-집으로 돌아온 아빠에게 늘 듣는 잔소리는 동동이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아빠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기 위해 잠들기 전 알사탕을 먹는다.
사랑해-이불속에 있는 동동이의 귀에 ㅅㄹ..ㅎ라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그 소리를 따라가면서 좀 더 선해지는데, 마침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낸 동동이 설거지를 하는 아빠에게서 나는 `사랑해`라는 소리였다. 비로소 동동이는 아빠의 잔소리 안에 숨겨진 진심을 알 수 있게 된다.
할머니풍선-공부를 하던 중 또 하나의 알사탕을 먹은 동동이는 씹던 껌이 풍선으로 돌아와서 할머니의 안부를 전해주는 걸 듣게 된다.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대화는 동동이에게 커다란 위로와 사랑으로 전달된다.
낙엽-2개 남은 사탕 그중 한 개를 먹었는데, 이번엔 밖에서 소리가 난다. 낙엽들이 떨어지며 안녕이라고 인사해 준다 언제 또 와?라는 동동이의 질문에 내년봄에 또 만나자고 약속해 준다.
홍식이-관계자들끼리 지어준 이름 홍식이, 동동이와 홍식이는 각각 킥보드와 스케이드보드를 들고 공터에서 혼자 노는 아이들이다. 매번 자신들을 의식하지만 서로 모른 채 지나친다. 그러다가 동동이는 마지막 남은 알사탕을 먹는데, 이번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투명사탕을 먹어서 그런지.. 그러다 문득 내가 먼저 말해볼까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용기를 내서 우리 같이 놀자라고 홍식이이게 말을 하게 된다. 그런 홍식이도 동동이와의 놀이를 반가워했고 둘은 친구가 된다.
공연을 하면서 느낀 건 부모님들의 반응이었다. 가족뮤지컬이기에 큰 기대 없이 오는 부모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변하는 부모님들의 반응에 놀랄 때가 많았다. 그래서 알사탕은 아이들 보여주러 왔다가 부모님들이 울고 가는 공연으로 유명해졌다.
우는 포인트들은 다 다르다. 강아지와의 추억이 있는 분들은 구슬이장면에서 우시고,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분들은 사랑해 장면에서 오열하시며,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분들은 할머니 풍선 장면에서 꺼이꺼이 우신다. 그리고 낙엽에서도 우시는 분들도 많았고, 홍식이 때는 아마 아이의 사회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고 생각되는 부모님들이 정말 많이 우신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연기하는 건 큰 영광이었다.
좋은 공연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6년간 많은 위로가 부모님들에게 전해졌고, 아이들에겐 성장의 밑바탕이 될 좋은 작품으로 전해졌을 거라 생각된다.
건강하고 좋은 공연이 우리 사회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