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하사탕의 비밀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by always봄

과일마다 향기가 다르듯 아이들도 그들만의 향을 갖고 있다. 옷에서 배어 나오는 섬유유연제의 향기, 활동량이 많은 아이에게서 나는 땀 냄새, 간혹 아빠의 향수를 온몸에 살포하고 오는 아이, 그중에 향기로 기억되는 아이가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김병준. 교실, 교무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그가 다녀갔다는 흔적을 향기로 남기는데, 바로 박하 향이다. 늘 입에 박하사탕을 물고 다니는 그는 향기뿐 아니라 성격도 상쾌하고 시원시원한 고3이다.

하루는 수업이 시작되고 교실을 돌며 과제 검사를 하고 있었는데, 담배 냄새가 코끝을 타고 올라왔다.

‘정빈이, 너 담배 폈니?’

‘그... 그게..’

‘너 그런 애 아니었잖아? 언제부터 핀 거야?’

‘사실은 제가...’

이때, 옆에 앉아 있던 병준이가 정빈이의 머리를 치며, ‘학생이 어떻게 담배를 피워? 너 제정신이야! 어휴, 조그만 게 못된 것만 배워서’하며 혀끝을 찼다.

‘정빈이 화장실 가서 손 닦고, 몸에 밴 담배 냄새 사라질 때까지 수업 들어오지 마.’

병준이는 짓궂은 표정으로 정빈이를 놀렸고, 정빈이는 그런 그를 노려보며 교실을 나갔다.

‘고3 1학기도 다 끝나 가는데, 전공은 다들 정했니?’

‘네.’

‘병준이는?’

‘안경광학과요.’

‘안경광학과라.... 의왼데?’

‘아버지가 안경점을 운영하고 계셔서 가업으로 이어받으려고요.’

‘야아, 멋지다.’

‘감사합니다.’

‘지금 성적 잘 유지하면 충분히 가능하겠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교무실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박하 향이 스멀스멀 짙어지기 시작했다. 병준이와 정빈이었다.

‘어쩐 일이야?’

‘수강료 내러 왔는데 데스크 샘이 없어서요.’

‘정빈이 너 담배 끊었니?’

‘샘, 저 노담이에요.’

‘이 놈이 이젠 거짓말까지 하네. 그럼 지난번 그 냄새는 뭐야?’

‘제가 핀 게 아니고....’

그때, 병준이가 정빈이의 말을 끊으며 ‘샘, 여기 결제 카드요.’하며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는데, 순간 너무 놀라할 말을 잃었다. 내 표정에 어리둥절한 병준이도 그제야 자신이 주머니에서 꺼낸 카드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당황해하며 ‘이... 이게 왜 여기에 있지?’했다.

카드의 정체는 다름 아닌 파란색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직사각형 모양의 ‘말보로 맨솔’이었다. 옆에 서 있던 정빈이는 회심의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병준이의 박하사탕의 비밀이 드디어 드러났던 것이다.

흡연을 하고 있던 병준이는 자신의 냄새를 숨기기 위해서 박하사탕으로 자신을 위장한 것이고, 비흡연자이었던 정빈이는 절친인 병준이 옆에 있어 담배 냄새가 몸에 베였던 것이었다. 완전범죄는 없다. 무심결에 나온 행동이 진실을 드러내는 법이다.

그 이후 병준이의 박하 향은 점차 흐려졌고, 다행히도 담배를 끊고 수도권에 있는 한 대학의 안경광학과에 진학했다. 더 이상 병준이에게서 박하 향을 맡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만나면 그에게서 박하 향이 날 것 같다. 시원하고 상쾌한.



Tip 자녀의 흡연 유무 판별법:


1. 갑자기 자녀가 향수를 뿌리기 시작하면 100%.


2. 새우깡 같은 과자를 집을 때, 담배를 잡는 손가락 형태로 먹으면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