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체벌에 대한 추억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by always봄

수업 중이었다.

‘쿵’하는 소리와 울음소리에 아이들의 시선은 내가 아닌 교실 밖을 향해 있었다.

6학년 여자아이가 맨바닥에 앉아 울고 있고, 그 앞에는 씩씩거리며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는 남학생이 서 있었다.


“야이, C........ 아..... 너 때문에 핸드폰 나갔잖아!”


그 C... 소리는 학원 천정을 뚫을 정도로 날카롭고 강력하게 내 귓속으로 전파됐다.

우는 여자 아이를 달래며 일으키는 동안에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신선한 육두문자는 속사포 랩처럼 내 고막을 계속해서 때렸다.


“이 놈아, 얘가 다쳤잖아.”


그 말이 발단이었다.


"저 X 때문에 핸드폰 깨졌잖아요. 아이 C...... X같이..."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너 방금 뭐라 했어?”


“C... 이요. 왜요?’


세상 두려울 것 없다는 당당한 표정이었다.

주변 아이들은 이 상황이 재밌는 듯 아이의 한마디 한마디에 킬킬거리거나, 생방송 뉴스 현장인 것처럼 핸드폰으로 생중계하고 있었다.

갑자기 싸움 한복판에 내가 서 있었다. 그것도 초등학교 6학년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너 지금 나한테 욕한 거니?”


“C.. 이 욕이에요? 그냥 감탄사예요.”


‘감탄사’라는 말에 싸움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은 아이들 말대로 ‘빵’ 터졌다.


“샘이 저한테 먼저 ‘이 놈’이라고 욕했잖아요!”


“이 놈의 자식이 정말...”


“거 봐요. 방금 샘이 욕했잖아요.”


그 아이는 말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그리고 제가 왜 샘 자식이에요? 우리 엄마 자식이지”


다시 한번 ‘빵’ 터졌다. 그 아이는 이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온몸의 피가 머리로 치솟아 오르고 나도 모르게 얼굴도 붉어졌다.


“이 놈의 자식이 정말?”


“왜요? 체벌이라도 하시게요?”


완전히 아이의 전략에 말려들었다.


“저 때리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그때 원장님이 달려오셔서 소동은 마무리 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학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카톡에 메시지가 떴다.

‘샘.... 진아예요..... 잘 지내시죠? 직접 뵙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저 다음 달 결혼해요.’

10여 년 전 가르쳤던 제자 ‘진아’였다.


악명 높던 스파르타식 학원에서 근무할 때였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는 곳이 아닌, 철저한 통제와 규율 속에서 학습이 이뤄지는 군대식 학원이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는 학원생들 모두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일명 ‘지적카드 교육’ 시간이었다.

수업 중인 모든 강의실 문이 동시에 개방된 후, 학생들의 이름이 호명되면, 그 아이들은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슬픈 눈을 하고 복도에 일렬로 늘어선다. 그리고 학원 규율부장 선생님이 아이들이 불려 나온 이유를 설명한다. 그 이유들은 보통 과제 미이행, 수업 시간 욕설, 학원 규칙 위반들이었다. 그리고 난 후 70cm 길이의 자를 청색 테이프로 두툼하게 둘둘 말은 체벌 자로 아이를 체벌한다. 물론 그 당시는 체벌이 일상화됐던 시기였다. 그 학원의 체벌은 엄격한 규칙 안에서 이뤄졌다. 반드시 정당한 체벌 사유가 있어야 하고, 체벌의 횟수는 오직 1대.

하지만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것은 1대라는 횟수가 아닌 체벌 시에 발생하는 극강의 ‘소음’이었다. 손바닥과 자가 접촉하는 그 순간의 ‘팍’하는 소리는 복도 전체에 울려 퍼지며 공포를 조성했다. 그리고 반전은 체벌 후의 학생의 입에서 나오는 우렁찬 한 마디, ‘감사합니다!’

그 학원의 체벌의 목적은 아이들의 잘못에 대한 육체적 처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성찰하고, 수용한 후,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1대였던 것이다. 체벌하는 선생님도 맞는 학생도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지 않도록 오직 한 대만 체벌하고, 체벌 후에는 반드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체벌하는 자와 맞은 학생이 나와 진아였다. 지속적인 상담과 관심 이후, 진아의 거친 입과 행동은 순한 양처럼 온순해졌고, 성적 또한 눈에 띄게 향상되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여 지금은 장래 희망이었던 간호사가 되었다. 그런 그녀가 벌써 결혼을 한단다.

오늘 학원에서 있던 얘기를 듣고 진아가 덧붙였다.


‘샘, 옛날에 제가 문제가 있으면, 늘 저 상담실로 불렀던 것 기억하시죠? 공포의 상담시간이요.‘


‘그게 효과가 있을까?’


‘제가 이렇게 변했잖아요.’


'결혼 축하하고, 샘이 결혼식에 꼭 갈게.'


다음날, '지후'라는 그 아이를 상담실에 먼저 가 있게 했다. 10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한 후, 상담실로 들어갔다. 거친 날짐승 같은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순한 양이 되어 고개를 떨구고 앉아있었다.


'어제는 죄송했어요.'


'뭐가?'


'제가 화가 나서 선생님 열받게 했던 거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다음부터는 화가 나면 일단 심호흡 3번 하고 지금처럼 침착하게 생각해 본 다음에 행동하면 어떨까?'


'그럴게요.'


짧은 시간에 어떻게 아이는 그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담의 목적은 아이를 대화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아이 혼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변하면서 과거의 훈육방법이었던 체벌은 사라졌고,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확실한 효과를 가진 상담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성적 향상만을 위해 아이들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몰아붙였던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지금부터는 아이들과 자주 상담을 해야겠다.



Tip 갈등 중인 자녀와의 대화법: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주고 대화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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