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학원 강사란 직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출근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옥철에서 가쁜 숨을 쉴 필요도, 혼잡한 출근길 도로 위에서 지각할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하지만 출근이 3 시인 내게 오전 시간의 여유로움은 오히려 재앙을 안겨줬으니, 오전 9시가 되면 내 시신경은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 창으로 향하는데, 내가 산 종목들은 온통 파란색으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고 푸른 수렁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었다. 학급에서 회장을 맡고 있고, 공부도 늘 전교권인 예의 바른 수연이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고함을 치는 듯 한 격렬한 랩 음악이었다. 궁금했다. 수연이와 어울릴법하지 않은 저 음악의 정체는 무엇일까?
‘쩔어’예요.
‘쩔어라..노래 제목이 꽤 신선한다.’
‘가수 이름은 뭐야?’
‘방탄소년단이요.’
잘못 알아들었다. ‘방탄‘이 아닌 ‘방탕’으로. 그로 인해 유치 찬란한 노래 제목과 저급한 그룹 이름의 노래를 듣는 모범생 수연이의 음악적 취향에 실망감과 함께 그녀 또한 ‘방탕’ 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살짝 들었다. 나의 염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연이는 그들의 굿즈도 사고 심지어 콘서트까지 더더욱 ‘방탕’해져만 갔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도대체 아이돌이 뭐기에 저 순수한 아이들의 영혼을 잠식해 갈까? 검색을 했다. ‘방탕소년단’이 아닌 ‘방탄소년단’이었다. 내가 오해를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꼰대의 시각이 아닌 최대한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음악을 들었다. 수연이를 방탕하게 이끈 것은 ‘가사’였다. 입시라는 치열한 경쟁의 감옥에 던져진 아이들의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해방감을 선사하는 메시지의 가사, 폭발적인 랩 그리고 신들린 듯한 댄스. 물론 내 취향은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덧 한 해가 지나고 유튜브에 뜬 영상을 보고 난 본격적으로 방탕해지기 시작했다. 2017년 AMA 시상식 그들의 미국 데뷔 무대 ‘DNA'. 그때부터 그들의 영상을 찾아보고, 그들의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다 불현듯 곧 세계적인 그룹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들과 관련된 주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 당시 방탄은 국내에서 큰 인기나 이슈가 되지 않았고, 그들 소속사인 ‘빅히트’도 상장이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빅히트에 지분 투자한 회사 중 한 곳인 ‘D**’라는 회사를 선택하고 과감히 제법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리고 시간은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상한가, 상한가, 내 주식창도 그들의 노래처럼 ‘불타오르네’였다.
BTS는 세계적인 그룹이 되었고, 수렁에 빠졌던 내 주식에게도 ‘봄날’이 왔다. 방탄소년단을 알게 해 준 수연에게 감사의 표시로 BTS 굿즈를 선물했다.
그 후, 습관처럼 아이들에게 묻는다. ‘요새 너희들 사이에서 hot한 게 뭐 있니?’
나와 다른 세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그들과 더 연결되게 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주는 신기한 경험. 그로 인해 ‘꼰대’가 아닌 새로운 나로서 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학원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며 계속 수업하는 이유가 아닐까.
학원 강사는 늙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기에. 그들과 함께 하는 매일매일이 ‘봄날’이며 지금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다.
Tip 백전백승 주식투자: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소비하고 있는 문화, 상품 등의 기업들을 찾아내 투자하기. 지갑도 두둑해지고 자녀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지는 일석이조 투자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