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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파파 Jun 22. 2024

비가 오는 날, 장사의 의미

비 오는 날엔 얼마를 팔까?

직장인에겐 5일 동안 출근하며 고생했던 한 주를 달래줄 수 있는 것이 주말이며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오피스 상권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 바로 주말이다.


그런데 이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불청객이 있다.


그것은 바로 '비'이다.


다른 땐 잘만 틀리던 비예보도 꼭 '토요일'에 온다는 비소식은 예보에 꼭 맞게 내린다. 어쩌면 더 많이, 더욱 오랜 시간 내리는 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던지 간에 비가 오면 매출은 떨어진다. 실내 몰이 아니고선 말이다. 얼마 전 신문 내용을 보다 보니 비가 오면 실내에 있는 매장들 매출도 떨어진다는 내용까지 본 적도 있다. 지저스?! 진짜로??!?!


결국 이 말의 뜻은 비가 오면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나 역시 창업일기 시즌1을 연재할 때 잔뜩 기대했는데 주말에 비가 오니 아주 풀 죽은 모습들에 대한 글을 많이 썼었다. 비가 주말에 왔는데 평일은 맑다가 그다음 주 주말에 또 비가 2연타로 오면 진짜 어질어질했다 ㅎㅎ


물론 내리는 비를 힘으로 막을 수도 없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그냥 현상이며 현재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말은 쉬운데 사실 직접 경험해 보면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안다.


나는 현재 두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 개의 매장은 두 돌을 넘어 3년 차에 접어들었고 다른 한 개의 매장은 이제 2개월을 넘어 3개월 차이다.


3개월 차인 2호점의 입지는 나쁘지 않다. 누군가가 봤을 땐 매우 좋아 보일 정도로 나름 지하철 역에서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있다. 게다가 골목이 아니라 메인 대로변에 있어서 하루에 정말 많은 이들에게 노출된다. 사실 나는 이렇게 대로변에서 노출되는 '무형'의 효과 때문에 수많은 매물 중에서 이곳을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을 마주하면 그 효과는 만병통치약 또는 즉효약처럼 대로변에 위치하고 역세권이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소위 내 매장엔 약발이 들지 않는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그 효과가 더욱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렇다. 나는 오늘 2호점에서 3만 원을 벌고 퇴근하는 길이다. 예전 같았으면 멘탈이 터지고 분하고 다른 사람들의 동향을 온라인과 길거라에서 두 눈으로 확인하며 많은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그렇지 않다. 비가 오는 날엔 내가 평소에 챙기지 못했던 일들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하나하나 점검하고 챙긴다.


사실 나는 비가 안 오더라도 매장에 손님이 없을 때 늘 분주하다.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product가 있고 각종 상품 기획을 해야 하는 일, 발주를 넣고 1호점 직원들과 소통, 외부업체의 제안에 대한 설명자료 작성, 기획안 제출 등 (사실하고자 하면) 해야 할 일들이 끝도 없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엔 마음을 더욱 내리고 또 내려놓자. 머릿속에 생각이라는 것을 아예 없애버리자. 생각이라는 것은 자꾸 자신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오만가지 생각으로 나를 괴롭히기도 하고 힘들게도 하기에 특히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일수록 연연하지 않도록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오늘 나는 1호점 매출액을 보고 짐짓 놀란 부분도 있다. 분명 오늘 비가 어마어마하게 왔는데 직원들이 마감한 금액을 보고 뭐지? 싶었다.


????


100만 원을 팔았다고요?우리는 5평 매장에서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내용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에이~ 2호점이 장사가 안 돼도 1호점이 잘 팔리니까 저렇게 천하태평이지! 마음 편하지!' 라고 말이다.


그런데 나 역시 매장이 한 개 일 때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나가서 몇 만 원 팔고 왕복 두 시간 넘게 운전하고 왔다 갔다 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 과정을 넘어야 한다. 그냥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생각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꼭 실행을 해봐야 한다.


비단 그것이 아무런 효과가 당장 없더라도 내가 앞서 말했듯이 장사에 있어 즉효약은 없다. 하나하나 마음으로 챙기고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그 결과는 반드시 나온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아무리 비가 와도 사람들이 계속 온다. 찾아온다는 표현이 더 와닿을 것 같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sns든 입소문이즌 뭐든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주고 그것이 알려지면 찾아온다. 비가 아무리 내려도 말이다.



처음 장사를 할 땐 몰랐다.


비가 오면 장사가 안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동안은 비가 왔을 때 내가 쓸려내려 갈 만큼의 실력이기 때문에 늘 씻겨 내려갔었고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의 비는 견딜 만큼 단단해 졌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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