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0월호 주제는 '독서의 계절'입니다.
지난 금요일 만난 변호사님은 올해 180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작년엔 160권대였는데 180권대로 늘어났음에 만족스러워했다.
그분의 책 읽기는 오디오북 중심이다. 그는 일반적 수준보다 수배는 빠르게 모든 것을 듣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듣기 수련이 된 분이다. 언젠가 그가 텍스트를 듣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2배속은 당연히 넘어가는 수준의 속도다. 필자 귀에는 "도로로로록, 도로로로록"이라고 들린다.
그가 그토록 책을 많이 읽는 이유는 정확히 말한 적 없다. 다만 그와의 대화 맥락에서 유추해 보면, 그는 일단 업무 능력을 키우는데 무조건 관련 독서가 최고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과 그는 달라졌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K-택소노미 분야에서 거의 독보적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이다. 환경 관련 분류체계인데, 이를 기준으로 각종 투자가 이뤄진다. 돈과 연관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그를 찾고 있었다. 최근 들어 사업이든 일이든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불황은 그를 비껴가고 있었다.
1년 만에 그가 달라진 핵심 이유는 독서다.
그는 그 분야 일을 맡게 되면서 ESG뿐 아니라 회계 관련 책도 수십 권 읽고, 실제 사례와 접목하며 회계 실무진과 문제없이 대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신을 만들었다.
사실 그는, 누군가 봤을 때 한계로 규정되는 장애를 가진 분이다. 세상을 두 눈 대신 다른 감각으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는 두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독서를 하고, 스스로를 독보적 수준의 업무능력자로 만들어냈다.
그를 집까지 잘 안내해 드리고 돌아왔다. 독서의 계절임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책 한 글자 보지 않은 스스로를 반성하고 책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