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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나무 May 07. 2019

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할 순 없는 걸까

워킹맘의 고군분투

나는 일을 잘하고 싶다.

이 욕심은 엄마가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3개월의 출산 휴가를 마치고 파트타임으로 회사에 복직했을 때 그 사이 급격히 변한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급격히 변한 나에게는 더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일당백으로 척척 일 처리를 해내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되찾을 수가 없었다.


아기는 배로 낳았는데
왜 두뇌 회전이 느려진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발 딛는 지경은 코딱지만 하게 좁아진 거 같았다. 내가 성장하던 곳에서 내가 무너지는 걸 경험했다. 무엇보다 내 능력치로 안 되는 일을 시간으로 메울 수 없다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예전엔 안 되는 일은 새벽 3시든 5시든 끝까지 매달리면 어떻게든 됐는데 지금은 그게 안된다.

화장실에서든 직장에서든 나는 끝장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똥을 덜 싸고 나온 기분으로 퇴근하는 날이 잦아졌다. 친정집에서 아기를 픽업해 집에 오면 아기 저녁 먹이기,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재우기 등 아주 기본적인 일과만 마쳐도 밤 10시가 넘기 일쑤다. 그럼 그때부터는 피곤에 절어 좀비처럼 멍하게 휴대폰으로 인스타를 스크리닝 한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 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처럼 느껴지고 좋은 엄마가 되는 건 그것보다 조금 더 아득하다. 똑 부러지는 직원도 아닌 좋은 엄마도 아닌 이렇게 이름 없는 나로, 나의 남은 30대가 끝나버릴까 봐 초조하다. 애꿎은 손톱만 자꾸 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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