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감정들이 꽁꽁 뭉쳐져 의식이 가는 길의 흐름을 막아 글로 잘 풀어지지 않았다. 키보드까지 닿지 못한 단어들은 내 안에서 맴돌아다녔다. 나는 분명 많이 괜찮아졌는데 멍하니 스크린만 바라보는 날이 많았다.
헛헛한 상태를 견디지 못해 이것저것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뱃속에도 맘속에도 너무 많은 것이 담겨져 소화시키지 못해서였을까.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어있는 하얀 화면처럼 내 삶도 조금 블랭크로 놔두면 어떨까. 내 안에 무수히 많이 찍힌 물음표에 대한 조급한 답 찾기를 멈추고 순간순간을 느끼며 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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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ING이 아닌 BEING
소유가 아닌 존재.
'생산자로 살아야지' 하는 부담감 없이 힘을 뺀 배출, 내년엔 길을 찾지 않고 아무런 목표없이 가보려 한다.
내가 걸어갈 때 길이 되고
살아갈 때 삶이 되는 걸 보고 싶다.
해보겠다는 결단없이 그동안 나와 무관하다 여겼던 비건, 미니멀리즘, 제로웨이스트, 전자기기 사용 줄이기에도 관심을 기울여 볼까 한다.
물론 큰 노력을 들이지 않는 선에서,
실천 여부를 따지지 않고 마음가는 곳까지,
내 삶이 따라주는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