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엄마로 사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 생에 제일 잘한 일이 결혼하고 엄마가 된 일이라고 대답한다.
물론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던 날들이 생각날 때가 있지만...
장소불문 날뛰는 것을 좋아하고
차분해질지 모르던 내가 가라앉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결혼과 출산, 육아 덕분이다.
내가 제아무리 동선대로 예상 가능한 행동 범위 안에서 움직여도 언제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가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삶이 너무 다이내믹하다. 굳이 내가 보태지 않아도.
싱글적 나를 모르는 사람은 내가 원래부터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잔잔한 나로 살고 있긴 하지만 로또에 당첨되면 언제든지 은퇴하고 아이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내가 정글도 갔다 오고 사막도 갔다 오고 시베리아 벌판도 갔다 오고 총격전이 이뤄지는 곳도 갔다 왔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세상에서 가장 심장 벌렁벌렁 짜릿한 곳은 바로 여기, 육아터.
집-회사-집-회사의 무한반복 루트로
친구도 없고 내 삶도 없고
잔잔한 연못 위를 떠다니는 고독한 백조의 삶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물속에서 나를 본 사람은 알지.
고군분투하며 발 갈퀴를 휘젓고 있는 나의
보이지 않는 발,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