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림과 인지
6. 알아차림이란 무엇인가?
6.1. 개념은 다른 개념과의 차이를 통해서 설명된다. 어떤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가장 유사한 개념과의 차이를 설명해야 한다.
6.1.1. 알아차림과 인지는 어떻게 다른가?
6.2. 우리는 호흡하고 있으면서 호흡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고 있으면서 눈을 깜빡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며, 시야에 들어오고 있는 수많은 대상들 중에서 집중하고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보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주제만을 들을 뿐 배경의 존재(예를 들어 베이스)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6.2.1. 이러한 사례들은 계속 반복된다. 우리는 많은 경우 인지하고 있으면서 알아차리지 못한다.
6.3. 우리가 무엇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 을 인지하는 것이다.
6.3.1. 예를 들어 우리가 음악을 들으면서 배경에 있는 베이스를 알아차린다면, 우리는 베이스의 존재를 그때 새롭게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음부터 그 베이스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배경의 베이스를 알아차린다면 우리는 우리가 이미 베이스의 소리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6.4. 많은 심리적 처방에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라는 말이 반복된다. 재귀-인지가 이루어지면 1차적 인지의 강도는 옅어진다. 재귀-재귀-인지가 이루어지면 1차적 인지의 강도는 더 옅어지며 ... n차적 인지(이때의 n의 값은 충분히 큰 상수이다)에 이르러 1차적 인지는 무의미한 정도로 그 강도가 약화된다.
6.4.1. “열받아!”
6.4.1.1. 나는 ... 때문에 분노하고 있다.
6.4.1.1.1. 나는 ... 때문에 분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6.4.1.1.1.1. 나는 ... 때문에 분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분노하는 감정이 약화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6.4.1.1.1.1.1. 나는 ... 때문에 분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분노하는 감정이 약화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와 같은 생각이 정말 타당한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6.5. 요약하자면 알아차림이란 인지에 대한 인지이고, 다시 말해 알아차림은 재귀-인지이다. 인지의 형식이 무엇이었는가? 인지의 형식은 <…는 …다>이다. 그렇다면 알아차림의 형식은 무엇인가? 알아차림의 형식은 <...는 ...다, 는 ...다>이다.
6.5.1. 알아차림의 형식이 <...는 ...다, ...는 ...다>가 아니라 <...는 ...다, 는 ...다>라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전자와 같은 방식으로 표기하면 그것은 연쇄적인 두개의 인지일 뿐 인지에 대한 인지가 될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라는 것은 범주화이다, 라는 문장이 재귀-인지인 것이지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우리는 범주화를 한다), 라는 문장이 재귀-인지인 것은 아니다.
6.5.2. 우리는 재귀를 반복함으로써 위의 형식을 <…는 …다, 는 …다, …>로 일반화할 수 있다.
6.5.2.1. <…는 …다, 는 …다>의 구조가 <…는 …다, 는 …다, …>의 구조를 더 짧은 형식으로 서술할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그러니까 우리가 (u는 w이다, 는 x이다)를 다시 <…는 …다, 는 …다>의 형식에 대입하여 (u는 w이다, 는 x이다)는 y이다, 라는 문장을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u는 w이다, 는 x이다, 는 y이다, 라는 문장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