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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치우 Oct 15. 2023

[10/10] 미로, 스테레오그램, 직관

보론


10. <…는 …다>라는 형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

    

10. 1. 우리는 앞에서 <…는 …다>가 범주화의 형식이고, 인지의 기본 형식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와 같은 정의하에서 우리가 x는 y이다, 라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x가 y에 속한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x는 y이다, 라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x와 y사이의 위계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10. 2. 이 지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번호를 매기는지,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3. 이하의 논의를 살핀다. 우리가 번호를 매기는 방식,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에는 3가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분할하는 방식, 포섭하는 방식, 비유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10.2.1. 우리는 분할하는 방식, 포섭하는 방식은 범주간의 위계를 상정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비유하는 방식은 범주간의 위계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므로 분할하는 방식, 포섭하는 방식은 하위 번호로 2개 이상의 숫자를 요구하지만 비유하는 방식은 하위 번호가 1개일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10.2.2. 비유하는 방식은 위계를 상정하고 있지 아니하기 때문에 분할하는 방식, 포섭하는 방식에 비해서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그만큼 자유롭다. 그러므로 <…는 …다>를 범주화의 형식, 다시 말해 포섭의 형식(역방향으로는 분할의 형식)으로 이해하면 <…는 …다>는 상대적으로 경직된 형식이 된다.

            

10.2.2.1. 그와 같은 정의 하에서 우리는 “인간은 동물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뿐 ”그는 낙타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는 …다>의 형식을 그와 같이 경직된 형식으로 이해하면 우리는 자유로움을 상실한다.  

    

10.3. 보다 본질적으로 어떤 범주들 사이에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범주들 사이에 위계가 존재하는가?

        

10.3.1. 인간이라는 범주와 동물이라는 범주 사이에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 사랑이라는 범주와 감정이라는 범주 사이에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범주들 사이에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10.3.2. 그러나 모든 범주들 사이에 위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위계의 최상단에 있는 n개의 범주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고 - n이 유한하다고 단정할수는 없으나 - 그 n개의 범주를 알고 있으면 2^n개의 모든 범주를 알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10.3.2.1. 이런 결론은 직관적으로 어색하다.

    

10.4. <…는 …다>라는 형식을 범주화의 형식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비유의 형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쩌면 우리의 인지 역시 범주화를 통해 이루어진다기 보다는 비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어떤 의미에서 비유는 범주화보다 넓은 범주일 수 있다.

        

10.4.1. 적어도 비유는 범주화보다 자유로운 범주이다.  

        

10.4.2. 이와 같이 정의한다면 우리는 x는 X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x는 y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은 동물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는 낙타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10.5. 인지의 기본 형식은 위계로부터 자유로운 비유이다. <…는 …다, 는 …다, …>{는 …다}는 범주화의 연속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비유의 연속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 점을 혼동하면 스테레오그램은 일그러져 보인다.

        

10.5.1. 1.에서 9.까지의 내용이 초점을 맞추는 일이었다면 10.의 내용은 올바른 렌즈를 고르는 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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