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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순간 Dec 25. 2023

시간의 흐름

    크리스마스 날 밤이다. 왜 하필 한 해의 끝자락인 걸까 싶은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올해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기념하고자 짧게나마 기록하려 한다. 어떤 사람들은 한 해가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 때문에 아쉬워하기도 하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이기에 어떤 사람들은 마음속에 설렘을 품기도 하는 시기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올해는 이상할 만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올해가 끝난다는 것도, 내년이 온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아 별 것 없이 지내는 스스로의 일상이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그저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이런 시기를 지날 때 의미부여를 하거나 파티를 하면서 보내는 대신 지나간 뒤에 되돌아보는 것이 어쩌면 본인이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과거는 미화되기 때문에 현재의 힘듦보다 과거의 추억을 곱씹는 것이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기 때문일까.


    사실 다소 즉흥적으로 적기 시작한 글이기에 길이가 얼마나 될지, 오늘이 가기 전에 이 글을 게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가 든 생각과 연관 지으면 좋을 것 같았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할 때는 특정 작품이 떠올라서 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 작품을 보다 보면 다른 작품이 떠오르고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계속 이어서 보게 된다. 같은 배우가 연기한 다른 작품이어서, 같은 장르여서, 유사한 느낌의 장면이 나와서, 기본 설정이 비슷해서… 다양한 이유로 형성된 단 하나뿐인 알고리즘인 셈이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 또는 비교적 최근 작품에서 시작해서 이전 작품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비슷했는데 이전 작품을 떠올릴 때 평소와는 달리 몇 년도 작품인지 생각해 보며 몇 년 전인지 계산해 보았다. 16년도 작품이었으니 내년이면 8년 전 작품이 된다.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8년 전이라니… 그러다 '라라랜드'를 비롯한 16년도 작품들이 몇  떠오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특정 작품은 본인에게  한 해 또는 특정 시기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면 드라마나 영화는 본인에게 여가시간을 채우는 수단을 훨씬 뛰어넘는 의미를 갖는 듯하다. 지금까지 상징이 되어준 작품, 올해 인상 깊게 본 덕에 상징으로 남을지 모를 작품 모두에게 고맙다. 그 작품들이 모여 추억이 되기도 했지만 이런 글의 소재가 되어 평범하게 지나갈 크리스마스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빛낼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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