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 쓰겠다, 그런데 쓰고 싶다

by 첫순간

너무 힘들 때는 글로 복잡한 감정을 해소하고 싶은 한편 생각을 정리해서 풀어내는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다. 답답해서 계속 한숨이 나오고 한없이 무기력한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문화연구이론 수업에서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개인의 세계를 넓히는 행동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본인은 수업을 수강하기 전부터 단순한 취미활동 이상의 의미 부여를 해왔다. 그런데 새로운 작품을 보는 과정에서 깊게 고민하는 것 자체로 피로를 느낀 탓에 신작을 보는 빈도가 줄어든 요즈음 멍한 상태로 반복감상 하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한심하게 보이기도 한다.

물론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신작을 전혀 보지 않는 것은 아니고 주변 사람들과 특정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것 역시 나름대로 유의미하지만 대화 내용이 글로 이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작품의 전체를 감상하든, 일부만 감상하든 감상하는 동안에는 본인 머릿속 한편에는 어느 순간부터 '분석 영역'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글감으로 쓰려고 기록해 두었지만 결론적으로 발행하지 못한 작품들도 여러 편 있다. 이 작품들은 분석의 깊이가 얕거나 소주제의 개수가 적어 한 편 분량으로 묶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 언급한 맥락에서 또 다른 이유를 설명하자면 복잡한 마음을 생각으로 정리하지 못한 것처럼 특정 감정이나 인상만 남은 채 정확하게 표현해 낼 수 없다고 판단될 때도 있다.


드라마, 영화, 책 관련 글을 발행하지 못한 기간이 점점 길어진다. 시간이 갈수록 아쉽기도 하고 조만간 써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낀다. 이런저런 이유로 글을 못 쓰겠다, 그런데 쓰고 싶다.

정말 좋아서 오랜 시간 꾸준히 해온 글쓰기가 브런치스토리를 개설하고 난 뒤 어느 시점부터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언젠가는 이런 부담감도 (견디기보다) 한편으로는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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