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과 균형 사이에서 배운 것들
나는 오랫동안 내 안의 병을 없애야 할 얼룩처럼 여겼다. 조울증은 늘 나를 무너뜨리는 낙인 같았고, 현실을 흔드는 그 그림자가 나타날 때마다 나는 다시금 “결함 있는 존재”임을 확인해야 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지워내려 할수록, 자존감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이건 도려내야 할 흉터가 아니라, 내 존재의 한 결로 흐르는 리듬이라는 것을. 바다는 매일같이 밀려오고 물러가듯, 내 감정도 그렇게 들고 나는 파동일 뿐이라고.
나는 여전히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을 오간다. 불안에 잠식됐다가, 세상을 다 가질 듯 환희에 차올랐다가, 무력한 바닥을 딛고 다시 새로운 열망으로 달려간다. 그 변화를 고쳐야 한다는 집착은 이제 사라졌다. 대신 나는 그 파동 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서는 법을, 넘실대는 파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우고 있다.
조증일 때의 나는 불을 집어삼키듯 모든 일을 벌이고, 울증일 때의 나는 잿더미처럼 가라앉는다. 내 불안은 그것들을 쉽사리 그만두게 두지도 않았기에 잿더미에서 몸부림 칠 때면 건강 상태 역시 급격하게 나빠졌다. 그 모순은 내 삶을 오래 괴롭혔다. 그러나 동시에, 그 무모한 불꽃 덕에 나는 남들보다 많은 장면을 살아냈다. 문제는 불꽃 자체가 아니라, 그 불꽃이 너무 일찍 터져버리는 성급함이었다.
흥미로운 건, 불안조차 내 삶을 보정한다는 사실이다. 불안 속에서 나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그리며 충동을 늦추고, 지나치게 빠른 발걸음을 다듬는다. 고통스럽지만, 결국 더 신중한 선택으로 이어진다. 내 안의 불안은 나를 갉아먹으면서 동시에 지켜내는, 양날의 검 같은 것이다.
이제 나는 내 삶을 하나의 게임처럼 여긴다. 캐릭터를 바꿔가며, 서로 다른 능력치를 지닌 자아로 살아가는 기분. 충동적인 전사, 신중한 전략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방관자로. 완벽하지 않은 조합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균형 속에서 삶은 굴러간다. 그리고 나는 점점, 그 불완전한 조화가 나쁘지 않음을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