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욕심으로 변해갈 때
내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 아이를 낳을 때도 몰랐다. 모성애는 아기를 배에 품고 태어나는 순간 엄마에게도 장착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나는 아이를 쉽게 쉽게 키운다는 말을 들었다. 좋게 말하면 아이를 자연스럽고 편하게 키운다는 말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유방임 육아라 할 수도 있으리라.
아이를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아이가 7세가 되어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 무궁무진하게 더 커졌다는 것이다.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과 함께 커져간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게 된다. 기고 걷고 뛰고 말하는 그 모든 순간을 지켜본 엄마는 사랑을 가슴속에 켜켜이 쌓아간다.
그런데 말이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순간은 사랑이 집착과 욕심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저 건강하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으면 좋겠는데,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엄마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커져간다. 특히 다른 아이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해도 레이더는 계속 다른 집에 가있고, 혹여 우리 아이가 부족한 점이라도 있으면 조바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이다.
공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나는 그간 10년간의 교육 경험으로 학교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지켜봐 왔다. 나는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는데,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학습 동기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갖추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영어 성적이 좋다면 다른 교과의 성적이나 학업 태도도 골고루 발달한 경우가 많다. 물론 개인적으로 지내온 성장 배경과 사전 학습 경험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보인다.
사교육, 몸에 좋은 마약일까?
사교육에 쏟는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는 통계를 뉴스에서 자주 듣는다. 우리나라 평균 출산 연령이 2020년 기준으로 33세라는 것을 감안할 때 유치원에부터 대학교까지 자녀를 교육적으로 완전히 독립시키고 나면 부모의 나이는 50세 중반이고 은퇴 시기가 된다. 저출산 시대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이를 1~2명 정도 낳지만, 아이가 적다고 해서 들이는 비용이 적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교육비에 대한 지나친 부담으로 가계가 휘청거리고 부모의 노후 대비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사교육으로 무장한 세대로서 많은 이득을 경험한 1980년대생들은 자신들이 겪어온 대로 자녀들에게도 사교육을 시킬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더 많아진 선택의 범위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사교육을 엄선하는 데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우리 아이 영어를 잘하게 하고 싶어 한다면 원론적인 문제보다는 당장 부모로서 해야 하는 선택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학원을 보내고 어떤 선생님에게 과외를 시켜야 할지를 먼저 묻게 된다.
사교육을 하게 되면 확실히 단기간 내에 성적이 올라가는 경우를 많이 지켜본다. 하지만 학원이 짜주는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자발적이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한 맹목적인 학습이 이뤄진다는 것이 큰 문제점 중 하나이다. 그러다 보면 학원 의존도를 끊지 못하고 혼자 공부해야 할 시간에도 학원에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필요한 공부를 취사선택해서 하지 못하고 학원이 없으면 공부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고등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감은 오지만 스스로 내용을 복습할 시간이 부족해져 성적이 늘 제자리걸음이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동안에도 부모들은 사교육 기관을 믿으며 목돈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그 지출의 끝은 자녀가 완전히 독립할 때까지 이어진다. 아이러니한 비유지만 학원과 함께 사라 온 세대가 학원을 끊는다는 것은 마치 '몸에 좋은 마약'을 끊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반면 자기 주도 학습이 철저히 몸에 밴 학생들의 경우 자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선순환을 이루어 학습 및 전반적인 영역에서 자신감도 갖게 된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학원을 가더라도 본인에게 필요한 시기와 과목을 골라 취사선택하는 능력이 있어 학습에 적절히 학원을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어떤 힘을 길러줘야 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갖추느냐 하는 것이 결국 궁극적인 문제이며 부모들의 공통적인 지향점이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한다. 부모도 경제적 창출을 위한 자신의 일을 해야 하기에 교육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아이를 사교육에 보내는 '돈'으로 부모의 '시간'을 산다는 비유를 하곤 한다. 헛웃음이 나게 하는 말이지만 우리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기도 하다. 최소한 기관에 보내는 시간 동안 부모는 시간적인 여유, 그리고 마음의 안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에 다른 아이보다 부족하지 않게, 혹은 앞서가도록 하는 교육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이러한 부모의 마음과 사교육이 만나는 연결고리가 충족된 모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교육과 공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그리고 높은 자존감으로 귀결된다.
나의 엄마표 영어 5년 실천 일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 끈기 있게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분야는 몰라도 영어교사로서 나는 적어도 영어만큼은 스스로 해내는 힘을 키워주고 싶어 나는 엄마표 영어를 야심 차게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바쁜 생활 속에서 병행해야 하기에 교육이 아닌 육아만으로 벅찬 것이 현실이다.
엄마표 영어에서 가장 핵심인 부분은 영어 노출 늘리기이다. 듣기와 읽기로 노출을 극대화하면 말하기와 쓰기는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많은 언어 학자들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나는 게으른 엄마로서 남들보다 성실하지도, 부지런하지도 못하다. 다만 나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체력으로 작은 실천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내가 5년간 해온 엄마표 영어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짬짬이 써 내려가는 실천 일기를 통해 그간 내가 해온 작은 걸음걸음을 소개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부모들과 앞으로 걸어갈 힘들을 공유하고 싶다.
매일 아이와 걸어가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훗날에 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