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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밀려올 때 고흐의 "아몬드 나무"를 생각한다

그러면 마음은 어느새 잔잔해진다

by 알트앤노이

스트레스는 때를 가리지 않고 온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언제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빈번하게 한숨을 쉴 때가 많을 것이다. 몸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한숨을 푹 내쉬는 것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을 때, 그냥 눈을 감았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월터가 찰나의 순간에 상상했던 세계 속으로 훅 들어가듯이, 나도 눈을 감고 어떤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스트레스가 밀려올 때 아주 잠깐 눈을 감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이 그림은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이다.


다소 괴팍한 성격과 정신 질환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던 그는, 동생 테오와 그의 가족들에게서 만큼은 사랑과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생레미의 정신질환자를 위한 요양원에서 그 사랑과 위로에 보답하듯 동생 테오의 아들인 빈센트 빌럼을 위해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 고흐가 그렸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은 조카의 방에 걸어 둘 선물이자, 조카 빈센트 빌럼의 탄생을 축복하는 작품이다.

1.Vincent_van_Go.jpg 꽃 피는 아몬드 나무 (Almond Blossom) / 1890

휘몰아치는, 강렬한, 열심히 타오르는 불꽃같은 그의 다른 그림과 비교했을 때, 이 그림은 너무나도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아몬드 나무의 꽃들은 하얗게 피어 막 태어난 아기의 모습을 상징하듯, 근본적인 순수함을 담아낸 것 같다. 더 자세히 보면 약간 노란색의 색감이 꽃 주변을 감싸며 꽃 자체가 마치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새롭게 탄생한 생명의 희망도 느껴진다. (어둠 속 찰나의 순간에서 무언가 빛을 발할 때처럼, 또는 중세시대 종교화에서 천사 주위의 빛이 가득하여 그에게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스트레스가 밀려올 때 퇴근 후 펼쳐질 시간들, 주말 계획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았지만 이 그림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이 그림이 “사랑”이 느껴지는 그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우정, 연인, 가족 어느 누구라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낄 때 전해지는 그 온기와 사랑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만 해도 스르르 하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 누군가의 사랑은 충분한 위로와 응원이 되고, 꽃 피는 아몬드 나무를 생각하며 고흐가 그의

조카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사랑과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고흐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따뜻하게 느껴지면서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번지는 이 그림은 “인생의 그림”이자 “지친 마음을 끌어주는 그림”이다. 언젠가 실제로 볼 수 있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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