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 남았던 초 중 하나를 뽑아 불을 껐다.
맞은편 남자 중 한 사람이 수줍게 웃더니 다른 사람들이 환호한다.
'아, 난 저 남자와 짝인가 보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덩치가 다부지고, 피부가 검게 그을린 건강한 남자였다.
다른 여자들도 한 명씩 나와 초를 뽑아 불을 껐고 모두 커플이 되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가 보다.
이곳에 와 있는 동안 어렸을 적 사진, 부모님 사진등 지금의 이 나이 든 모습 말고..
어렸을 적 자취를 알 수 있는 많은 레퍼런스들이 공개되었다.
여동생은 응원차 함께 했다.
그곳을 정신없이 나왔는데, 내가 가져온 짐들을 엄마가 챙겨주실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챙겼다.
동생과 어딘지 모르는 장소의 방에 함께 있는데 그 다부진 남자가 잔뜩 짐을 가져온다.
낱장의 사진으로 돌아다녔던 사진은 앨범으로 만들어왔다.
근데 내 짐만 있는 게 아니다.
뭐지...
하나씩 들추어보니
이 무뚝뚝한 남자가 커플이 된 이후로 함께 있던 기간 동안 매일 편지를 썼다.
오 마이.
이 산짐승 같은 남자가 이런 섬세함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동생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런저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챙겨 온 짐엔 본인의 추억이 담긴 짐까지 모두 담겨있었다.
심지어 탯줄과 배넷머리까지........(아.. 이건 좀 징그러웠다.)
내 가족을 위한 이벤트성 선물까지.
근데 시간이 없다. 이제 훈련을 가야 한다.
이 남자는.. 특전사다 (뭐지?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아닐 따름)
다음을 기약한 채 그는 떠났다.
시간이 지난 후 우린 어느 식당에서 만났다.
"아, 안녕하세요?"
근데 다른 아저씨 같은 남자도 함께 들어온다.
"아, 안녕하세요?"
친구다.
보아하니 점잖은 사람 같다.
나랑 짝이 되었던 그 남자는 자기는 곧 가야 한다며(.. 네?) 셋째 딸 때문에 일이 있다고 한다.(.. 네?)
그렇다.
내가 나간 곳은 돌싱 특집이었다.
아 셋째 딸이라니.. 셋..?
이라고 놀랄 때쯤 다른 친구가 하나 더 들어온다.
"아 저놈 애까지 셋째 딸이요. 저는 없고요."
아.. 네... 친구의 자식들도 다 자기 자식 같단다.
이 순간 왜 전처와 헤어졌냐고 묻고 싶어 졌다.
"저는 아들 하나가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 남자의 친구가
아 이런 얘기는 나중에 하잖다.
무거운 얘기를 하기엔 너무 정신이 없는 식당이었다.
반찬세팅이 나오는데, 그 와중에 난 김치하나를 먹다가
나의 하얀 스웨터에 흘렸다.
하..
세 번째로 들어온 친구 2는 이곳은 아닌 거 같다며 자리에 일어섰다.
다들 우르르 나간다. 다른 곳으로 가자며
아, 지금이다.
물티슈로 박박 닦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시커먼 남자 셋은 다른 식당을 검색하고 있다.
뒤척이는 아들덕에 꿈에서 깼다.
개 꿈이었다.
내 분명 나는 솔로 돌싱특집에 나가고 싶거나, 그냥 연애가 하고 싶은가 보다.
비몽사몽 거실로 나가 소파에 누우니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자고 있는 줄 아는 건지, 아님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지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간다.
자고 있더라도 인사는 하고 나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음.. 내가 먼저 했어야 했나.
그건 모르겠고
사실 꿈에 나왔던 그 남자는 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