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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r 15. 2024

경이로운 꽃들이 반기는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의 사진 출사기

우리 봄꽃의 수더분함은 새로 만날 때마다 마음에 등 하나를 밝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오늘 찾은 서울식물원에서 만난 열대의 꽃들은 화려함으로  불꽃놀이 같은 스파크를 일으켰다.

서울식물원은 2019년 5월에 개원한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이다. 공원과 식물원을 결합한 보타닉공원으로 면적은 축구장 70배 크기에 달한다. 주제원과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으로 구성되었고 온실은 주제원에 속해있다. 온실 밖 정원에는 아직도 겨울이라 휑해서  없다. 오늘은 온실로 은행퇴직동우회에서 사진출사를 나왔다.

식물문화센터 (온실)

전철을 마곡나루에서 내려 모임 장소인 서울식물원매표소로 찾아가야 했는데 워낙 넓어 한참을 헤맸다.  

식물문화센터(온실) 흰색 구조물이 두르고 전면이 통유리로 된 원형의 건물로 모던하고 세련된 모습을 지녔다. 실내에 들어서면 사철 푸른 식물들이 식재된 다란 기둥이 관람객을 맞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온실의 열기가 훅 끼친다. 한겨울 복장으로는 거의 극기훈련 수준이라 곧바로 두꺼운 옷을 벗어야 했다.

온실 입구

눈앞에 푸른 식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풍경에 마음이 설렜다. 겨울에 한여름의 무성한 녹음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식물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과 주는 힘은 분명하다.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솟는다. 확실히 자연을 가까이하는 삶이 더 건강한 것이 확실하다.

초입에 양란들이 반갑게 사람들을 맞는다. 다양한 호접란 꽃들이 마치 축제인  혼신의 꽃을 피워 저마다 미색을 뽐내고 있다. 다채로운 밝은 색의 꽃들이 푸른 잎들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빚어서 보는 이들은 감탄의 연속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초록식물이 뒤덮인 동굴에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사철 고온다습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햇살에 비쳐 반짝이는 줄기의 물방울들이 신비롭게 빛난다. 그 광경에 어린아이 같은 기쁨이 인다.

이어지는 길목에 서양란 기획전을 하고 있는지 진귀한 난꽃들이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독특한 꽃 모양에서 다채로운 색조까지 기발한 화려함에 눈이 절로 커진다. 깜찍하면서도 우아한 자태가 매혹적이다. 마치 빼어난 미인들을 한 곳에 죄다 데려다 놓은 것 같다. 그 매력에 빠져 자리에 한참 머물렀다.

열대식물의 꽃의 특징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화려함의 극치다. 색조부터 모양까지 이들의 경이로움에 찬탄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식사 후에 다시 돌아보면서 오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꽃은 물론 기묘한 꽃도 발견했다.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식물원은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마치 숨겨놓은 보물창고 같다. 값진 보화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횃불생강

진열된 식물 중에는 잎이 꽃만큼이나 예쁜 식물도 많다. 심지어 새순이 꽃처럼 붉은 것도 보인다. 고사리도 잎이 자라 부채꼴로 기하학적인 비례미를 보인다. 참으로 자연의 신비는 끝이 없다. 

온실은 상당한 규모다. 꼼꼼히 돌아보면 정말 다양한 식물들이 있다. 우리가 화분으로 키우는 관엽식물 대부분은 열대지방에서 온 것 들이다. 같은 식물이라도 노지에서는 크기가 상상이상이다. 환경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작은 화분에 심기면 그 크기에 맞춰 작게 자란다. 똑같은 식물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층고가 높은 식물원에는 꼭대기까지 키 큰 식물이 자란다. 열대우림에서 큰 나무들의 키는  50미터를 훌쩍 넘는다. 그러니 식물원의 높이로는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2층에 통로를 설치해서 올라가 큰 나무들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습도와 고온은 참아야 한다. 올라가서는 빽빽한 밀림에 들어선 기분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깜찍한 연출도 있다. 어린 왕자와 바오밥 나무다. 아프리카에서 보는 웅장하고 독특한 모양의 바오밥 나무는 아니지만 온실에 두 그루가 있다 . 나무 앞에 귀여운 어린 왕자 인형을 세워 놓았다. 그가 길들인 여우도 보인다. 이야기가 담긴 식물원 탐방을 이끌어 내는 좋은 아이디어다.

어린왕자와 바오밥나무

봄을 기다리는 중에 열대의 우거진 숲을 만났다. 하지만 밖은 여전히 삭막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야외에 있는 주제원을 찾았다. 튤립과 수선화가 새싹을 틔우고 있는 것 빼고는 황무지나 진배없다. 상록수도 거의 보이지 않아 더 그렇다. 입구에 다다라서야 작은 꽃들이 보인다. 붓꽃과 리향 그리고 개나리를 꼭 닮은 만리화가 꽃송이를 부실하게 달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이들이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만리화
붓꽃과 (크로커스 즈와넨버그)
백리향

식물원에서 머무는 동안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내 감각은 잠깐 사이였는데, 그만큼 꽃과 식물에 몰입되었나 보다. 싱그런 식물과 아름다운 꽃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감성이 충만해지는 값진 순간이다.

출사를 나왔기에 멋진 사진을 찍으려고 분주했다. 매혹적인 꽃의 자태를 마음을 다해 사진에 담았으니 그것으로 된 것은 아닐는지... 좋은 장소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주 와야겠다. 꽃피는 푸른 봄이 더 기다려진다.

#서울식물원 #온실 #서양란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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