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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12. 2024

 찬란한 오월 속으로 산책

홍릉에서 맞는 오월

오월은 정말 좋은 계절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싱그러운 신록이 가득하고 대기는 맑고 태양은 눈부시다. 주변이 아무리 좋은 들 생각에 머무르면 그림의 떡일 따름이다. 밖으로 나가 직접 보고 느껴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호시절은 금방 지나간다. 짧기에 그만큼 귀한 것이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기 때문에 바쁘지만 마음먹고 부지런하기만 하짬은 낼 수 있다. 오전 시간에 서두르면 홍릉숲을 돌아볼 수 있다. 집 근처에 아름다운 숲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내가 자전거를 탈 줄 알기에 가까운 곳에 갈 때는 따릉이를 이용한다. 비 온 후 맑게 개인 화창한 날을 그냥 보내기는 아깝다.


간단히 차비를 하고 아파트를 나서는 길에 쨍쨍한 햇빛이 눈부시다. 하늘에 구름이 몇 점 떠 다녀도 맑은 하늘이 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정원의 나무들은 모두  오월로 성장을 하고 있어마치 외출을 나서는 단정한 차림처럼 산뜻하다. 울타리의 덩굴장미꽃이 명랑한 인사를 건넨다. 밝은 곳에서 만나는 꽃은 빛을 입어 찬란하게 변신한다. 생글거리는 붉은 꽃이 보는 이들을 매혹시킨다.

따릉이를 타고 도심 골목을 달린다. 햇빛들이 부서져 내리는 길이라 마음도 환해진다. 오월이 아름다운 것은 풍경만이 아니다. 바람이 전하는 꽃의 향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오는 내음이 있다면 십중팔구 찔레꽃이다. 장미만큼 화려하지 않아도 멀리 퍼지는 진한 향기는 찔레꽃을 따라올 수 없다. 정갈한 바람도 싱그럽다. 오감이 즐거운 계절에는 문밖을 나가 숲을 찾으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찔레꽃

줄지어선 장미가 길거리를 장식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다운 계절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이 모든 것을 누리는 시간 행복이 반짝인다. 

녹음이 우거진 홍릉숲에 들어섰다. 이제는 완전한 여름숲이다.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이 숲을 빼곡하게 채웠다. 신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 자연이 주는 영향과 힘은 놀랍다. 자연결핍이 현대인들의 몸과 정신을 병들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숲에 들어서기만 해도 편안하고 안정감이 생기지 않는가?


야생화가 피어있는 곳에서 진지하게 꽃을 찍고 있는 사진작가를 만났다. 연륜과 깊이가 풍기는 전문가에게 짧은 순간이지만 한 수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사진을 찍는다고 무턱대고 덤비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먼저 충분히 느낀 후에 찍을 것. 그리고 기다릴 것. 몸이 움직이며 찍을 것. 여백과 선을 충분히 살릴 것. 빛을 활용할 것. '

민백미꽃

가르침을 받아 야생화를 찍어 본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려 초점부터 맞추기 쉽지 않다. 한 술에 배부르랴! 어쨌든 지침을 마음에 두고 사진에 담는 연습을 해보니 확실히 다른 사진이 나온다. 작가님을 좀 더 알고 싶었는데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분이라 아쉬웠다. 작품을 비공개로 보관해서 누구나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여러 사람이 보고 즐기면 좋을 텐데....

원추리
도깨비부채
우산나물
터리풀

홀로 사진에 팔려 아내를 잊어버렸다. 마냥 기다림이 지겨울 텐데 묵묵히 기다려주는 아내가 고맙다. 오늘은 사진으로 입구에서 시간을 다 보내 버렸다.


돌아오는  위에는 낭만이 널렸다. 때죽나무꽃이 눈물처럼 떨어진 오솔길에 햇빛이 부서져 내린다. 순간이 빚는 절정의 순간이 사그라들고 있다.

때죽나무 꽃 길

그림 같은 숲을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이 아쉽다. 화양연화의 계절이 우리 곁에 있다.


#오월 #산책 #홍릉 #신록 #야생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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