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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Nov 18. 2024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31 -Muir Woods

Muir Woods National Monument를 가다

미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 하나는 여러모로 큰 나라라는 것이다. 규모와 크기면에서 특히 압도적이다. 자연에서도 다를 바 없다. Muir Woods National Monument에서 만난 California Redwoods는 어마어마했다. 나무의 둘레도 대단했지만 높이가 경이로웠다. 해안 삼나무라고도 불리는 Coast Redwoods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다. 그중 하이페리온이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의 크기는 35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 115.55미터 높이다. 이 나무는 캘리포니아 레드우즈 국립공원 경내에 있다. 뮤어 우즈의 가장 큰 나무는 약 80미터로 23층 높이다.ods Nation

공원입구

레드우즈 국립공원을 가고 싶었지만 너무 멀었다. 그곳은 가기 힘들어서 대신 레드우즈를 볼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까운 Muir Woods National Monument를 찾았다. 이곳에 정착하는 이들은 골드러시에 이어 또 다른 금을 발견했다. 요새, 주택 및 기타 구조물에 쓰이는 목재로써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목재가 레드우즈다. 1,900년 초에 대부분 벌목되었지만 이 협곡은 사유지라 보호가 되었다. 이곳의 거목들은 대부분 수령이 600년에서 800년 사이로 1000년이 넘은 나무도 있다. 이곳의 역사는 1908년에 Willam and Elizabeth Kent가 작고 오래된 레드우즈 숲을 대중들을 위해 기부했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국립기념물 지역으로 선포함으로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탄생했다.                              

이곳의 지명은 미국의 환경보호운동가로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 미국 자연주의의 대가'로 불리는 John Muir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는 숲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많은 글을 썼다.


"우주로 가는 가장 분명한 길은 야생의 숲을 통과하는 것이다. 산으로 올라가서 그의 계절을 느껴 보아라. 마치 햇살이 나무에 흘러들 듯 자연의 평화가 당신에게 흘러들 것이다. 바람은 당신에게 상쾌함을, 폭풍은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며, 그리하여 가을 낙엽 떨어지듯 당신의 근심 걱정도 떨쳐지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반드시 숲을 찾아야 하는 분영한 이유다.

이곳을 찾아가는 길은 도심을 벗어나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야 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서는 가까운 곳이라도 차를 타면 두세 시간은 걸리는 데 이곳은 상대적으로 가까워 좋았다. 도심 근처에 있어 방문객들로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 주말을 피해 평일에 갔다. 비교적 한가했지만 그래도 꽤 많은 방문객들이 공원을 찾고 있었다.


하늘 끝까지 솟아있는 거대한 나무들이 가득한 공원에 들어서니 난쟁이가 되는 기분이다. 그간 많은 숲을 찾아갔지만 하늘을 다 가릴 만큼 대한 나무들이 들어찬 숲은 정말로 장관이었다. 거대한 나무들을 보며 지구라는 행성의 주인공이 과연 사람이 맞을까 의심이 든다. 오히려 수 백 년은 기본이고 수 천 년을 사는 이들 나무들이 진정한 지구의 주역들이 아닐까?

2000년 나무의 나이테

공원 안에는 2,000년 수령을 가진 나무의 나이테를 볼 수 있다. 나이테는 한 나무의 역사다. 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문 해와 그렇지 않은 해를 가늠할 수 있는 기후 기록과 화산폭발의 증거 그리고 역사적 사건 기록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100년도 못 사는 유한한 내가 무려 2,000년의 세월의 발자취를 한눈에 본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묘하다.

거목들 사이로 자라는 나무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큰 키 나무인데도 이곳에서는 죄다 관목 수준으로 보인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바닥에는 양치식물이 자란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생육환경이 불리할 텐데 잘 자라고 있는 것이 참 씩씩하게 보인다. 캘리포니아는 건조지대로 강수량이 많지 않은 곳이다. 건기에 레드우즈는 캘리포니아 해변의 안개를 통해 수분을 공급받는다. 레드우즈의 뿌리는 30 센티 정도로 얕지만 30미터 까지 퍼진다.


레드우즈는 씨앗을 통해 자손을 퍼뜨리지만 독특하게 옹이를 통해서도 자손을 이어간다. 큰 옹이에 새싹들이 자라나 씨앗으로만 자손을 퍼뜨리는 나무들보다 훨씬 많은 이점을 지녔다.

거목을 사진에 다 담기가 쉽지 않다.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야 비로소 나무 전체를 한 장에 담을 수 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까마득한 기둥의 우듬지에는 푸른 잎들이 싱싱하다.

숲을 도는 길은 위아래 길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한 바퀴를 돌게 된다. 오르는 길은 낮은 길로 가다 돌아오는 길은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산책하게 되어 레드우즈를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어 좋다. 물이 부족한 지역답게 숲에는 물이 많지 않다. 하류에 겨우 시내가 흐르는 정도다. 수량이 풍부하지 않음에도 장대하게 자라는 나무들의 생명력이 경이롭다.

레드우즈 수피에 불탄 자국이 많이 보인다. 레드우즈는 수피가 두껍고 해면 같은 껍질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탄닌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화재를 견딜 수 있다. 산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데 역설적으로 레드우즈의 성장에 꼭 필요하다고 한다. 저강도의 산불은 썩은 식물들을 제거하여 씨앗이 토양 속에 뿌리내리도록 돕고 씨앗을 죽이는 균류와 박테리아를 파괴한다. 재난을 기회로 삼는 놀라운 식물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공원에 입장할 때는 날이 흐려서 빗방울도 떨어졌는데 숲을 한 바퀴 돌고 나오는 길에는 날이 개어 푸른 하늘이 비친다. 화창한 하늘과 햇빛을 받은 나무들은 싱그럽고 생동감이 넘친다. 꽤 긴 산길을 걸었지 태고의 숲의 정기가 넘쳐서인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피곤한 것도 모르겠다. 누이들과 헤어져서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다른 숲길을 찾아갔다.

뮤어우즈 숲과 다르게 이곳에는 레드우즈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맑은 시냇물에 반영된 하얀 수피와 푸른 잎들이 화가가 그린 유화 한 점 같다. 산길을 따라 산마루까지 단숨에 뛰어갔다. 전망이 궁금했다. 뮤어우즈 숲에서는 볼 수 없던 확 트인 시야가 시원하다.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나무가 눈길을 끈다.

엄청난 숲을 찾아 신비로운 세상을 탐험했다. 금방이라도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경이로운 곳에서 한 나절을 보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중에 가장 큰 나무들을 만나는 귀한 경험을 했다. 나무들이 지닌 위엄을 온몸으로 느꼈다. 돌아가는 길도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중이다. 작은 관목들이 깔린 산자락에 큰 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잘 가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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